▲뻘건 아귀찜들과는 달리 말갛게 하얀 속살의 자태가 아름답다. 생물아귀를 진짜 쪄서 만든다.
이상구
부원집은 연수구 연수동 후미진 골목 안에 있다. 내비게이션도 가끔 헛갈릴 만큼 찾기 어렵다. 그런데도 늘 초만원이다. 보통 십수 년 이상씩 된 오래된 단골들이다. 가게는 10평 남짓하다. 손님이 가장 많이 몰리는 시간엔 서로 어깨를 부딪쳐 가며 먹어야 한다. 그게 일상적 풍경이니 아무도 불만이 없다. 대신 맛으로 보상받는다.
겉으로만 보면 그냥 작은 동네 식당이지만 그 안은 조금 다르다. 메뉴는 범상치 않고, 가격은 만만치 않다. 게다가 식사 메뉴는 따로 없고 모두 술안주다. 이를테면 고급한 실내포차다. 술안주는 인천 식당답게 생선 요리가 주다. 각종 구이와 찜이 망라되어 있다. 굴 보쌈도 훌륭하다. 키조개 관자 삼합은 이 집 간판 메뉴다.
현재 사장은 오영란씨다. 그가 가게를 넘겨받은 지도 10년이 넘었다. 오 사장은 당초 이 집 종업원이었다. 생업이라기보다 요리와 가게 일을 배우기 위해서였다. 일종의 위장 취업(?)인 셈이다. 2년 정도 수련 과정을 거쳐 과감하게 식당을 인수했다. 주인이 바뀌어도 단골들은 떠나지 않았다. 손님들이 의리가 있어서기도 했지만, 무엇보다 변함없는 맛과 서비스 때문이었다.
이 집엔 눈에 띄는 메뉴가 있다. 아귀 수육이다. 수육은 원래 숙육(熟肉)이다. 삶아서 익힌다는 뜻이다. 한데 부원집 아귀 수육은 삶지 않고 중탕으로 찐다. 사실 아귀의 살은 밍밍하다. 특별한 맛이 없어 주로 강한 양념 맛으로 먹는다. 그래서 대개 뻘겋다. 한데 이 집 아귀는 눈부시게 하얗다. 이걸 고추냉이 간장이나 초장에 찍어 먹는다. 그 맛이 참 고소하고 은은하다.
"제가 직접 개발했죠. 처음엔 이게 먹힐까 했는데, 다행히 손님들이 좋아라 하셨어요. 수육은 꼭 싱싱한 생물로만 해야 해요. 얼렸다 녹이면 살이 흐물흐물해지죠. 아귀 손질이 쉽지 않아요. 미끄덩거리고 비늘도, 가시도 많아서요. 손질이 반이랄 만큼 손이 많이 가죠. 찌는 타이밍도 중요하고요."
이 집은 밑반찬부터 훌륭하다. 두부찜, 짠지, 각종 나물 따위가 나온다. 보통 솜씨가 아니다. 전혀 짜지 않고 감칠맛이 돈다. 짠지는 상지(상큼한 짠지)가 됐다. 모두 오 사장이 직접 한다. 가만히 보면 고춧가루 양념이 거의 없다. 김치마저 양념을 물로 씻어내고 기름에 볶아 내준다. 식탁이 평온해 보인다. 아귀의 말간 속살 같다.
사실 아귀찜에 대해서는 다소의 논란이 있다. '원조'가 어디냐는 거다. 인천을 비롯해 지금은 창원으로 바뀐 마산이나 전라도 군산 등이 자주 오르내린다. 하지만 고향이 어디냐는 문제는 대수롭지 않다. 또 거기 분들이 그리 이야기 하는 데엔 다 사연이 있고 명분도 있을 터다. 모두 인정해줘야 마땅하다. 다만 인천은 아귀를 따로 일컫는 여기만의 이름(물텀벙이)도 있고, 그 이름을 딴 거리까지 버젓이 있다는 사실, 그런 정도는 알고나 먹자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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