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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 시내 빌딩숲 아래 묻힌 아픈 과거

대전전투 70년 맞아 '전쟁 기억, 그리고 사라진 사람들' 사진전 열려

등록 2020.10.12 11:34수정 2020.10.12 13: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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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50년 9월 15일 미군 폭격기(B-29)가 쏟아부은 폭탄으로 잿더미가 된 대전시내 모습. AP통신의 James Pringie 기자가 찍은 사진이다.
1950년 9월 15일 미군 폭격기(B-29)가 쏟아부은 폭탄으로 잿더미가 된 대전시내 모습. AP통신의 James Pringie 기자가 찍은 사진이다.심규상
  
 70년 전 사진 속 장소(대전 동구)를 찾아 70년 전 모습과 지금의 모습을 비교 전시했다. 배경 속 산세가 70년 전과 그대로다.
70년 전 사진 속 장소(대전 동구)를 찾아 70년 전 모습과 지금의 모습을 비교 전시했다. 배경 속 산세가 70년 전과 그대로다.심규상


첫 번째 사진은 폭격으로 폐허가 된 대전 시내다. 곳곳에서 검은 연기가 피어오른다. 1950년 9월, 인민군이 점령한 대전 시내가 미군 공군기의 폭격으로 잿더미처럼 변한 모습이다. 미군은 폭격기(B-29) 9대를 출격해 90t의 폭탄을 대전 시내에 투하했다.

두 번째 사진은 폭격으로 파괴된 이후 대전 시내의 변천사를 담았다. 1950년 당시 사진 속 장소를 찾아 70년 전 모습과 지금의 모습을 비교 전시했다. 폐허로 변한 시가지와 대비되는 빌딩 숲은 전쟁으로 다시 무너져 내릴지도 모를 공포와 우려를 떠올리게 한다.

1950년 7월, 대전시청(현 중앙로 네거리 삼성화재 건물)에 모여 전황에 대한 실낱같은 정보를 듣기 위해 모인 군중의 모습도 보인다. 대전역 광장을 오가는 분주하고 혼란스러운 대전역 광장(7월 6일)과 발길 끊긴 을씨년스러운 대전역 광장(7월 19일)을 담은 사진도 눈길을 끈다.

그해 대전에서는 7월 14일부터 20일까지 금강을 사이에 두고 미 24사단과 인민군 1군 산하 3·4사단이 정면으로 충돌했다. 대전전투는 한국전쟁사에서 가장 치열하고 참혹한 전투로 기록돼 있다. 텅 빈 대전역 광장의 모습이 대전전투의 모습을 떠올리게 한다.
 
 한 미군이 대전의 한 시내에서 인민군을 향해 사격을 하고 있다.
한 미군이 대전의 한 시내에서 인민군을 향해 사격을 하고 있다.심규상
 
 기관총을 겨누고 금강의 한 다리를 내려다보는 미군의 모습. 주최 측은 "이 곳이 어디일까요?"라는 질문을 던지고 있다.
기관총을 겨누고 금강의 한 다리를 내려다보는 미군의 모습. 주최 측은 "이 곳이 어디일까요?"라는 질문을 던지고 있다.심규상

이 밖에 대전전투에서 미군 3.5인치 바주카포에 의해 격파된 소련제 인민군 탱크의 사진이나, 인민군을 향해 사격을 하는 긴박한 전투 모습이 담긴 영상과 사진도 눈에 띈다.

대전 중구 대흥동에 위치한 테미오래 상상의 집(충남도지사 관사 6호)에서 평화통일교육문화센터 주최로 '한국전쟁·대전전투 70년 기록전-전쟁 기억, 그리고 사라진 사람들' 사진전이 열렸다. 미국립문서보관소에서 발굴한 한국전쟁기 미군 통신병들이 남긴 사진과 영상, 기사를 통해 당시 대전의 모습을 재조명했다.
 
 테미오래 상상의 집(6호 관사)에 평화통일교육문화센터 주최로 마련된 '한국전쟁·대전전투 70년 기록 展-전쟁기억, 그리고 사라진 사람들' 주제의 사진전
테미오래 상상의 집(6호 관사)에 평화통일교육문화센터 주최로 마련된 '한국전쟁·대전전투 70년 기록 展-전쟁기억, 그리고 사라진 사람들' 주제의 사진전심규상

  
맨 마지막에 전시된 사진에는 기관총을 겨누고 금강의 한 다리를 내려다보는 미군의 모습도 보인다. 굽이굽이 유유히 흐르는 금강과 산세가 뚜렷한 풍경은 낯익다. 주최 측은 "이곳이 어디일까요?"라는 질문을 던진다. 전시회를 둘러본 사람들에게 수수께끼 풀기에 참여를 권하면서도 가까운 누군가의 고향 산천이 다시 전쟁터로 변할 수 있다는 우려를 동시에 전하고 있다.

사진전을 기획한 평화통일교육문화센터의 임재근 교육연구팀장은 "70년 전 대전과 오늘의 대전을 대비 시켜 평화의 소중함을 느끼게 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이 전시회는 오는 31일까지 오전 10시부터 오후 5시까지(매주 월요일 휴관) 진행된다.
#대전전투 #1950년 #평화통일교육문화센터 #사진전시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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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보천리 (牛步千里). 소걸음으로 천리를 가듯 천천히, 우직하게 가려고 합니다. 말은 느리지만 취재는 빠른 충청도가 생활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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