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국 씨가 계발한 호두나무의 열매껍질이 얇고 손으로 비틀어서 까서 알맹이를 먹을 수 있는 호두 열매
오창경
호두는 항산화 식품으로 노화방지는 물론 DHA와 비타민 무기질이 풍부하여 두뇌 발달에 효과가 있다. 기억력 증진과 치매 예방, 폐 기능 향상에도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100세 시대 뇌 건강을 위해서도 먹어야 하는 식품이다.
호두가 국내 자급률이 높았더라면 정월 대보름에 부럼으로 깨먹는 1회성 건강식이 아니라 식탁 위에 놓고 매일 챙겨먹는 건강식품으로 대중화 되었을 것이다.
호두는 국토의 대부분이 산지인 우리나라의 지형과 토양, 기후에 적합하지만 결실까지 10년이라는 시간이 소요되기 때문에 농민들이 쉽게 접근하기 어려운 작물이었다. 농업도 자금 회전이 빠른 작물이 인기가 있기 마련이다. 호두는 결실 기간까지 걸리는 시간이 길고 수형이 높기 때문에 열매를 수확하기가 어려웠다.
장점보다 단점이 많은 작물이라 농민들이 쉽게 접근하지 않았다. 결실이 늦고 껍질을 까기 어려운 단점을 극복한다면 호두의 국내 소비를 장악하기까지는 시간 문제였다. 호두의 기능성과 인지도는 이미 충분히 소비자들에게 인식이 되어 있는 상태이다. 국내산 호두의 시장성은 충분했다. 호두는 국산 농산물계의 블루오션인 작물이다.
김성국씨는 호두의 이런 시장성을 간파하고 충남 부여로 귀농을 하면서 호두의 품종 개량과 재배법 보급에 뛰어들었다. 호두의 원산지인 중국과 터키, 우즈베키스탄 등지를 다니며 호두나무 재배법에 대한 연구를 시작했다.
호두의 원산지인 중국을 내 집 드나들 듯이 다니면서 호두나무의 단점을 극복한 신품종의 세계에 눈을 뜨게 되었다. 처음에는 일찍 결실을 맺으면서도 키가 크지 않은 호두나무 품종을 도입하게 되었다.
호두나무의 안정적인 수급과 중국 묘목업자들의 횡포에 맞서기 위해 그는 직접 호두나무의 묘목재배와 육종에 뛰어들었다. 그는 중국의 전통 호두 재배법에 관한 책을 구입해서 직접 번역을 하며 연구와 실험 재배를 거듭했다.
국내에는 호두나무 재배에 관한 전문 서적도 없었고 제대로 된 논문 한편도 없었다. 그는 호두에 관한 한 국내 최초의 권위자가 되기로 결심했다. 수 년 동안 호두와 미쳐서 살면서 <호두 왕국>이라는 책도 출판했다. 우리나라 기후와 토양에 맞는 '열린', '풍요'라고 이름을 지은 호두나무를 육종해 품종 등록도 마쳤다.
그가 계발해낸 신품종 호두나무 '열린'은 밀식 재배가 가능하고 식재한 다음 해부터 열매가 열릴 뿐만 아니라 병충해에 강한 것이 특징이다. 호두의 외피를 벗겨내기도 쉬울 뿐만 아니라 생수병 뚜껑을 돌려서 따듯이 호두의 껍질이 벗겨져서 속살을 꺼내서 먹기도 쉽다. 호두나무의 단점을 거의 극복했다고 할 수 있다.
"호두는 저장성도 우수하고 세계적인 수요가 있기 때문에 우리나라에서 과잉생산을 해도 수출로 활로를 찾을 수 있어요. 우리나라가 호두의 종주국이 되어서 세계 호두 시장을 재패할 꿈을 가지고 호두나무를 심고 있어요."
그는 그동안 호두나무에 빠져 살면서 쌓은 노하우를 호두 재배에 관심이 있는 농민들에게 아낌없이 전수하는 교육도 하고 있다. 농촌 인구의 고령화와 인구 감소로 인해 농업의 미래는 불투명할 수밖에 없다. 21세기에도 농업만큼은 대부분의 공정이 수작업으로 이루어지고 있어서 인건비 상승에 대한 대안이 절실히 요구되는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