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덕물산 정상에서 내려다 본 굴업도길게 휘어진 목기미해변과 모래언덕, 멀리 보이는 개머리초원, 좌측의 썰물 때만 들어갈 수 있다는 토끼섬, 우측의 송신탑, 그리고 연평산으로 이어지는 길목의 붉은머리해변과 그 위의 사구습지 등, 마치 드론을 띄워 찍은 굴업도의 사진을 보는 것 같다
CHUNG JONGIN
20세기 말, 3천 개가 넘는 한국의 수많은 섬 중 인천 앞바다의 작은 섬 하나가 세상의 주목을 받게 되었다. 1994년 정부가 섬을 방사성핵폐기물처리장으로 선정하였다고 발표하면서부터다.
방폐장 계획이 무산된 뒤에도 21세기에 들어와서는 대기업의 골프장을 비롯한 초대형 리조트 건설 계획으로 섬은 다시 몸살을 앓았다. 이리하여 사람들에게 널리 알려지게 된 섬의 이름은 굴업도다. 굴업도란 섬 이름이 엎드려 일하는 사람을 닮아서 붙여졌다는 유래만큼이나 섬의 팔자는 고단하다.
굴업도는 중생대 백악기인 9000만 년 전의 화산활동으로 만들어진 섬이다. 오랜 세월 고립되어 있었던 까닭에 섬은 원시 모습이 남아 있는 매우 희귀한 지형을 간직하고 있다. 수많은 남북방계 생명체들이 함께 살아가고 있는 곳이기도 하다.
지질학자에게 굴업도는 살아 있는 지질학 교과서이고 생물학자에게는 한국의 갈라파고스다. 사진작가에게는 일몰의 명소이자 송골매 등 희귀 새의 서식지이고 옛 추억을 간직한 어부에게는 민어 파시의 어장이다. 최근에는 신도 탐낸다는 천혜의 절경으로 '국내 백패킹 삼대 성지' 중 하나가 되었다.
굴업도는 먼 섬이다. 굴업도는 인천광역시 옹진군 덕적군도를 이루는 41개 섬 중 하나다. 인천항에서 직선거리로 85㎞ 떨어져 있거니와 직접 가는 배편도 없어 덕적도에서 배를 갈아타야 한다.
굴업도는 작은 섬이다. 섬 면적이 1.7㎢, 섬 양 끝을 잇는 길이가 3.8km, 해안선 길이가 13km에 불과하다. 섬 전체가 높이 100m 안팎의 구릉으로 되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