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순도순 사회적협동조합의 이사장을 맡고 있는 윤수민 씨
지리산 작은변화지원센터
전북 남원 시내 호젓한 주택가에 아동발달센터가 들어선 것은 2009년 12월. 지금은 직원을 비롯해 프리랜서 치유사들까지 스무 명 남짓한 인원이 공간을 채우고 있지만, 십여 년 전 그때는 오롯이 혼자였다.
"서울에 살 때예요. 둘째가 8개월쯤 되었는데 자폐 증세를 보이더라고요. 병원에서는 돌은 지나야 진단이 가능하다 하고, 마냥 기다리자니 불안해서 자폐에 대해 알아보다가 언어치료가 있다는 걸 알게 됐어요. 치료비가 상당히 비싸길래 그냥 내가 하자 싶어 언어치료 공부에 뛰어들었죠.
서울과 대구에 있는 학회를 오가면서 정말 열심히 배웠어요. 머지않아 아이는 정상발달로 돌아왔지만 저는 공부를 계속해서 언어치료사가 되었고요. 그러다 큰아이가 남원 산내에 있는 작은학교에 들어가게 되면서 가족이 다 같이 내려온 거예요."
아동발달센터 문 여는 시기에 맞추어 서울에서 남원으로 이주를 했다니, 낯선 곳에 정 붙일 새도 없이 먼저 창업이라는 큰일을 벌인 셈이다.
"소심하고 내성적인 성격인데 가끔 겁 없이 저지를 때가 있다"는 윤수민씨는, 그로부터 십 년만에 또다시 일을 저지르고 만다. 오순도순을 만들어보자고 주변을 설득하고 필요한 서류들을 차곡차곡 준비해 마침내 2019년 여름에 설립 허가를 받아내기에 이른 것이다. 그런데 왜 하필이면 '사회적협동조합'이었을까?
"언어치료사다 보니 발달장애인과 그 가족들을 많이 만나왔어요. 오랜 세월을 그분들 덕분에 산 셈이라, 기회가 되면 장애인과 관련한 의미 있는 일을 해보고 싶었어요. 또 개인적으로 공익활동에 대한 부채의식 같은 게 있기도 했고요. 사회운동을 하다가 결혼하고 아이 생기면서 정리를 했는데 그게 마음에 걸렸나 봐요. 애들 고등학교 졸업하면 복귀해야지, 하는 생각을 쭉 하면서 살았으니까.
그러다 과거에 운동하던 분들이 사회에 적응하지 못하고 힘들어하는 걸 보면서 공익활동가들에 대한 상담이나 심리치유가 중요하다는 걸 느끼고 공부를 해서 심리상담가가 되었죠. 이런 것들이 다 맞물리면서 오순도순으로 이어지지 않았나 싶네요."
윤수민씨가 과거에 열정을 쏟은 사회운동과 오순도순이 지닌 결이나 색채는 조금 다른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조합이 내세운 두 가지 방향의 사업, 즉 '장애인 및 그 가족에 대한 지원'과 '공익활동가들을 위한 심리치료'는 누군가 삶을 포기하지 않도록 어루만지는 일이며, 이는 그이가 오래도록 품어온 가치 혹은 신념과 일치한다. 더욱이 사회적협동조합이란 옷을 걸치면 상대적으로 수월하게 공적 활동의 장에 진입할 수 있기에 이를 마다할 이유는 없었다.
'소소하고 가볍고 다양한' 지원이 필요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