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십이 되면 다르게 살고 싶어서'라는 부제가 달린 책 <딱 일 년만 청소하겠습니다>.
위즈덤하우스
나는 그의 첫 번째 독자였다. 2019년 5월 11일 '50대 고학력 여성의 마음을 흔든 구인 공고'라는 제목의 글을 편집하며 여러 가지 생각이 많았지만, '용기 있는 선택'이라는 편집 소견(내부에서만 볼 수 있는 메모 기능)을 짤막하게 남겼다. 그때 그는 취재 경위에 이렇게 썼다.
일 년 계약직으로 미화원이 되었습니다. 살아오면서 많은 건물과 시설을 편리하게 이용했지만 그곳을 청소하고 관리하는 미화원을 눈여겨본 적은 없습니다. 그렇게 눈에 띄지 않는 일, 그 일을 제가 하게 되었습니다. 들어서기 전엔 절대 보이지 않는 '미화'의 숨겨진 세계를 몇 회에 걸쳐 솔직하게 적어보려 합니다.
처음 5편 정도로만 쓸 예정이었던 글은, 더 써 봐도 좋겠다는 내 권유가 있기도 했지만, 본인의 의지로 10회까지 쓰다 개인 사정으로 중단했다. 그리고 해를 넘겨 지난 9월, 한 손에 쥘 수 있는 아담한 책이 되어 세상에 나왔다. '오십이 되면 다르게 살고 싶어서'라는 부제가 달린 책 <딱 일 년만 청소하겠습니다>로. '딱 일 년만'이라는 제목에 걸맞게 봄, 여름, 가을, 겨울로 나눠진 목차가 눈에 띈다.
출간 소식은 이미 알고 있었다. 그의 첫 기사가 나가고 '이 기사 너무 좋지 않니?'라고 출판사에 다니는 후배에게 기사 링크를 보낸 게 바로 계약으로 이어졌기 때문이다. '아니, 어떻게 기사 하나만 보고 출간 계약을 할 수 있지?' 싶었는데 원고가 하나도 없어도 계약부터 하고 보는 게 출판사라는 걸 미처 생각 못했다(좋은 작가는 일단 계약부터 하고 보는 법이라나 뭐라나).
저자는 '책을 닫으며'라는 글에서 말한다. "나는 새로운 세계에 대한 두려움이 별로 없다. 새로운 세계에 들어가 '내가 어떻게 적응할까?'를 걱정하기보다는, 새로운 세계가 '나를 어떻게 이끌어 줄 것인가?'를 기대한다. 어떤 자극과 충격으로 내 안의 잠재된 영역을 깨우고, 내 사고의 지평을 넓혀줄 것인지에 대한 호기심과 기대로 설렌다. 청소일은 그동안 내가 해 온 일의 성격과 정반대의 일이어서 기대가 컸다"라고.
그의 글에서 느낀 단호함의 실체를 조금 알 것 같았다. 그의 삶은, 단호함으로 인해 생기는 불안보다 그 불안을 오히려 자극으로 받아들이며 일궈 온 것이라는 걸. 청소 일이 '기대했던 대로 심플라이프는 아니었지만, 때로 우연한 만남이 인생의 결정적인 길을 열어주듯, 기대를 배신한 전개는 인생의 풍경을 다채롭게 만들어 주었다'라는 말에서 느껴지듯 이런 성찰도 거저 생기는 게 아니라는 것도. 평생을 안주하며 사는 사람은 결코 얻을 수 없는 '경험치'들. 아직 쓰이지 않은 그의 소설까지 기대되는 이유다.
"김창완 아저씨가 제 책을 낭송하다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