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토리 딱따구리가 뚫어 놓은 구멍(좌), 드릴로 뚫어 놓은 구멍(우)실제 도토리 딱따구리가 뚫은 구멍을 보지 못했다면 오른쪽 사진처럼 드릴로 뚫은 구멍을 보며 딱따구리가 뚫어 놓은 구멍이라 믿을 수 있다.
김상대
'오! 이렇게 자연의 생태를 가까이서 볼 수 있게 배려를 해 놓았네? 신경 많이 썼군…' 하는 생각도 잠시, 그런데 뭔가 이상했다. 도토리 딱따구리가 뚫어 놓은 구멍은 그 크기가 제각기 다르고 구멍의 깊이도 다르며 모양도 제각기 다른 데 반해 이 곳에 놓여진 나무 기둥에 뚫린 구멍은 거의 똑같은 크기의 지름을 가진 데다 거의 비슷한 깊이를 보여주고 있었다.
자세히 보니 이건 가짜다. 공원 관계자가 도토리 딱따구리의 생태를 보여주기 위한 목적으로 마른 나무에 드릴로 뚫은 구멍임이 확실했다. 실제 말라 죽은 나무에 구멍을 교묘하게 만들어 놓아 얼핏 보면 진짜인지 가짜인지 정말 구분할 수 없을 만큼 자연스럽게 보였다.
하지만 나는 이미 다른 곳에서 도토리 딱따구리가 뚫어놓은 실제 구멍을 본 경험이 있었기 때문에 진짜와 가짜를 구별할 수 있었다. 만약 도토리 딱따구리가 뚫어 놓은 자연 상태의 구멍을 보지 못한 이들이 본다면 이 나무 기둥은 진짜 딱따구리가 뚫은 구멍으로 생각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