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짜 생일에 입양인들은 허탈해했다

[마초의 잡설 2.0] 해외입양 역사 68년 이야기 ②

등록 2020.10.05 11:23수정 2020.10.05 15: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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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권자가 친권을 포기하면 아이는 사회복지사에 의해 입양기관에서 수용한다. 미혼모가 시설에서 출산한 아이는 소속 육아원 또는 위탁가정에서 양육한다. 생후 5개월이 지나면 해외입양을 보낼 수 있다. 사진 등 기본 정보를 보고 아이를 선택한 해외 양부모는 지역 관청에서 자격을 얻는다. 한국에서 아동 입양에 관한 법적 절차가 완료된 아이는 해외 양부모에게 보내진다.

해외입양은 인종, 국가 등 한 인격체의 인생과 정체성이 통째로 뒤바뀌는 가장 중요한 전환점이다. 문제는 대부분의 입양이 당사자가 어떤 상황을 분명히 이해하거나 동의할 법적 나이 전일 때라는 것이다. 아이는 갑자기 완전히 다른 환경에 던져지면서 한동안 극심한 혼란 속에서 스트레스를 받는다.

친생부모에 대한 기억이 뚜렷할수록 혼자가 됐을 때 충격과 상실감도 크다. 불행한 현실로 인해 과거 행복했던 친생부모와의 기억을 잊으려는 경향도 이때 생긴다. 입양 간 나라에 적응하려고 현지인보다 더 현지식으로 생각하고 행동하려 하기도 한다. 서양인들 틈에서 때로는 다른 피부색, 외모 등은 입양아를 마음 고생하게 만든다. 일부 양부모는 입양에 대한 긍정적 현상을 설명해 준다.

이런 입양 현실을 학문적으로 연구, 기록하는 한인 입양인들이 있다. 언론인 니콜 정(Nicole Chung)의 <All You Can Ever Know>, 니키 사은 쉴드크라트(Ph.D. Nicky Sa-eun Schildkraut) 박사의 <Adult Adoptee Anthology> <Magnetic Refrain> 등 책을 통해 입양인의 감정을 그려냈다. 샤인 리(Shawyn Lee)는 입양을 연구하는 미국 대학교수다. 미국 Twin Cities PBS 기자인 카오미 고츠(Kaomi Goetz)는 한인입양인을 위한 adaptedpodcast.com를 운영하고 있다.
 

시계방향으로; All You Can Ever Know, Adult Adoptee Anthology, Magnetic Refrain ⓒ 책표지 갈무리


해외입양이 1950~1960년대 전쟁고아, 미아, 혼혈아, 생활고 등으로 버려진 아이였다면, 1970년대쯤부터는 미혼모나 해체된 가정의 아이들이 늘었다. 입양아는 가족을 잃어버린 그 시점에서 모든 기억과 감정이 멈춰져 있다. 해외 입양가정의 일원이 되며 한국의 삶을 잊어버리고 현지에 적응하려는 마음뿐이다.

그러나, 친생가족을 찾는 입양인도 있다. "외국에서 자랐지만, 한국인이고 내가 어디서 왔는지 얻고 느끼고 찾고 싶다. 잃어버린 삶의 부분들을 채우고 싶다. 친생가족을 진심으로 만나고 싶다. 혹시 만나는 게 불편하다면 내가 외국에서 행복하게 잘 살고 있다는 것을 알았으면 좋겠다. 만약 친생모를 만난다면 내 삶 속에서 어떤 엄마였고 어떻게 살았는지, 입양 당시 상황, 진짜 이름, 생일 등을 알고 싶을 뿐, 부담가지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게 그들의 진심이다.

"1973년 10월 26일 영등포경찰서 근처에서 빨간 바지에 맨발로 발견됐고, 1974년 8월 29일 미국에 입양됐다. 가정을 꾸리자 내 자녀들에게 내가 누군지 어디서 왔는지 알려주고 싶다. DNA 테스트도 했고 나와 일치하는 친생가족을 찾고 싶어 웹사이트까지 운영한다." - 김영희(redpantsnoshoes.com)
 

김영희씨 미아정보기록과 사진이다 ⓒ redpantsnoshoes.com

 
아동권리보장원에는 현재까지 2천여 친생가족, 260여 입양인을 찾는 사연이 등록돼 있다. 그러나, 입양인의 생년월일은 대부분 틀리다. 인적사항이 없이 발견된 미아를 기관에서 고아 처리를 위해 호적을 만들 때 발견된 날이나 임의로 정한 날이 생일이라는 걸 뒤늦게 알게 된 입양인들은 허탈해했다. 중요한 실마리인 실종 당시 상황, 이름, 내용 등 입양기록들도 대부분 작성과정에서 오염돼 정확하지 않은 경우가 있다.

이런 입양인 사연들을 다큐멘터리로 만든 이가 있다. 글렌 모리(Glenn Morey)는 1960년 출생 후 홀트복지회를 통해 미국으로 입양됐다. 아내와 함께 다큐멘터리 영화감독으로 활동하며, 16개 도시를 돌며 18~70세 한인 입양인 100명을 6개 언어로 인터뷰해, 한 시간 분량의 <사이드 바이 사이드 프로젝트(sidebysideproject.com)>를 제작해 2019년 설치공간예술로 서울과 뉴욕에서 전시했다.  
 

sidebysideproject.com 대문 갈무리 ⓒ Glenn & Julie Morey


유엔 아동관리협약 7조에는 개인의 알 권리가 명시돼 있다. 1950년대부터 해외로 보내진 20만여 입양아들이 성인이 되며 자신의 친생부모를 찾기 위해 한국을 찾고 있다. 입양인들은 입양특례법에 따라 자신의 입양과 관련된 정보를 입양기관에 청구할 권리가 있다.  


하지만, 친생부모의 동의가 있어야 친생부모의 이름, 생년월일, 연락처 등을 입양인에게 알려줄 수 있다. 그래서, 입양인들은 정보공개청구를 하지만 공개 결정은 약 20%뿐이다. 또한,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1995~2005년까지 친생부모를 찾은 입양인은 3%가 채 안 된다. 이유는 부정확한 내용, 분실 및 훼손되거나 위조된 문서 등 때문이다.

그래서, 입양기록물 영구보존법이 생겼다. 영구보존은 입양특례법 제6조, 제21조제4항, 제36조, 같은 법 시행규칙 제23조, 제25조에 따라, 폐업 입양기관, 아동복지시설, 정부기관 등에서 보유하고 있는 기록물을 전산화하여 본인의 입양기록을 확인하고 싶은 입양인들에게 관련 정보를 제공하는 것이다.


아동권리보장원에 따르면, 2018년 12월 기준 46개 기관에서 7만 6천여 건의 기록물을 보유하고 있다. 전산화가 완료된 자료는 원에서 운영 중인 '입양정보통합관리시스템(ACMS)'에 추가하여 입양인의 뿌리찾기 및 정보공개청구 등에 활용한다. 입양의 개방성과 투명성을 통해 입양인은 언제든지 친생부모와 가족에게 접근할 권리가 있어야 한다.
 

325Kamra 페이스북 대문 갈무리 ⓒ 325Kamra


입양인의 친생가족 찾기를 돕는 기관들도 있다. Nest Korea(nestkorea.or.kr)는 입양인을 지원하기 위해 설립된 비영리 단체로, 한국을 방문하는 입양인에게 숙박, 문화, 교육 등을 제공한다. KoRoot(koroot.org)는 2020년 9월 9일, 제1회 입양 진실의 날 국제 콘퍼런스를 개최했다. 해외입양인, 미혼모, 생모, 시민단체, 학자, 대사관, 국가기관, 언론 등 14개국에서 참가했다. IKAA (ikaa.org)는 약 1만 5000명이 가입한 가장 규모가 큰 세계 한인 입양인 협회다. G.O.A.L.(goal.or.kr) (사)해외입양인연대는 1998년 설립돼 친생가족 찾기, 국적 회복 및 재외동포비자취득, 모국 정착, 한국어 연수, 모국방문 행사 등을 지원한다.

다인종으로 구성된 서구권에서는 DNA 테스트 키트, 온라인 플랫폼 등을 통해 자신의 뿌리를 찾고 있다. 2015년 미국에서 설립된 비영리단체 325Kamra(325kamra.org)는 한인 입양인들의 DNA 데이터베이스를 통해 무료로 친생부모를 찾아주고 있다. 한국지부장인 헬리 타럽(Helle Thaarup)씨에 의하면, 지금까지 약 150건의 DNA 일치 성과가 있었단다.
#조마초 #마초의 잡설 #해외입양 #MACHO CHO #친생가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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