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 탄소배출량 세계 7위로, 2007~2017년에 다른 OECD 국가들은 탄소배출량을 평균 8.7퍼센트 줄인 데 반해 우리나라는 24.6퍼센트 증가했다. (출처: 에너지 경제 연구원 에너지 정보 통계센터, 2016년 10월 기준 에너지 밸런스)
인수마을밥상
신원 님은 "우리는 기후깡패가 아니라 기후바보다. 다른 나라에 피해를 입히는 게 아니라 먼저 우리가 피해를 입고 있다. 집중호우, 자원과 식량 수입 의존 등의 문제가 커지고 있는데도 우리는 별 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다"며 그 심각성을 강조했다. 또 최종에너지로 소비되는 비율을 보면 가정산업은 13.2퍼센트에 그치는데, 신원 님은 '자동차나 철강회사에서 쓰는 에너지가 훨씬 많은데, 집에서 불 끄고 아껴봤자 얼마나 영향이 있나' 하는 질문도 많이 받는다고 했다. 개인의 노력은 큰 의미가 없다는 비관적인 생각이다. 그러나 신원 님은 순환하는 삶에 관심을 갖게 되면서 생각이 달라졌다고 한다.
"생명체는 결정론에 따라 움직이지 않습니다. 작은 차이가 큰 변화를 일으킬 수 있다는 카오스 효과를 보아도 알 수 있습니다. '우리가 줄인다고 무슨 차이가 생기겠어?'라는 질문은 기계적인 생각입니다. 기계는 시간을 고려하지 않지만, 시간성 속에서는 변하지 않을 것 같은 것들이 작은 차이로 크게 달라질 수 있습니다.
사람만 봐도 전기를 덜 쓰는 사람은 플라스틱도 덜 쓰고 자동차도 덜 타려고 합니다. 자동차 회사도 자동차를 자주 바꾸는 소비자들이 있으니 그만큼 생산하는 것이고, 핸드폰도 마찬가지입니다. 가정에서 쓰고 버리는 문화가 바뀌면 산업에도 영향을 주게 됩니다. 생명은 연결되어 있습니다. 서로 연결되어 계속 영향을 미치고, 시간이 지났을 때는 이것이 어떤 변화를 만들지 모릅니다. 특히 지금은 코로나 돌림병으로 변화의 폭이 훨씬 큰 시기입니다."
환원주의, 기술중심주의 한계 넘어 '순환하는 삶의 회복'으로
신원 님은 자신의 일상에서 일어난 변화로 '텃밭'을 들었다. 출장이 많은 편인데, 코로나 상황이 되면서 6개월 넘게 재택근무를 하고 있다. 시간의 여백이 생기면서 마을 친구들이 해오던 텃밭에 참여했다. 음식부산물을 톱밥과 섞어 퇴비로 만들고, 그 퇴비로 텃밭생명을 키우면서 '순환하는 삶의 회복'이라는 주제가 더 깊이 들어왔다.
"작물을 키우는 데 필수적인 요소가 '질소'입니다. 땅이 생산할 수 있는 양의 한계를 정하는 것이 토양에 있는 질소의 양이지요. 질소를 공급할 수 있는 방법은 몇 가지 안 됩니다. 콩과 식물에 있는 뿌리혹 박테리아, 휴경재배 등을 통해 질소가 토양에 공급되고, 이 토양에서 자란 식물을 사람이 먹고 퇴비와 거름을 통해 흙으로 돌려보내는 순환에 의존하지요.
'식량을 증산하는 데 필요한 질소를 더 많이 공급해야 한다'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1909년도에 프리츠 하버라는 과학자가 인공비료를 만들었습니다. 토양과 식물의 관계를 단순히 질소 공급으로 축소하여 환원시키고 기술로 해결하려 한 것이지요. 비료가 개발되면서 단일 작물을 광대하게 기계 재배할 수 있게 되어 식량 증산에는 성공했지만, 예상치 못한 문제들이 나타났습니다. 땅에는 질소만 있는 게 아니라 미생물, 미네랄, 유기물 등 수많은 다른 요소들도 있지요. 땅을 돌보지 않으니 땅이 황폐화해졌습니다. 여기에 최근 발견된 또 다른 문제는 황폐해진 땅은 이산화탄소 저장 능력이 떨어져 기후위기를 가속화시킨다는 점입니다. 전체 연관관계를 염두에 두지 않고 부분적인 해결책을 적용하니, 전체에는 오히려 큰 부작용이 생긴 것입니다."
신원 님은 기술중심주의와 환원주의가 갖는 문제점과 비효율성, 그리고 생태적 삶 회복의 중요성을 다양한 사례를 통해 강조했다. 전체 연관관계를 고려하지 못한 채 환원주의적인 입장에서 기술로 문제를 해결하려고 하면 예상치 못한 문제가 발생하고 만다. 그리고 이는 비효율뿐 아니라 순환하는 삶을 해치는 결과로 나타난다.
"근본적인 해결책은 순환하는 삶의 회복입니다. 농사짓는 땅이 회복되면 연간 전 세계 이산화탄소 배출량의 20~35퍼센트를 흡수할 수 있다고 합니다. 어마어마한 양입니다. 땅을 살리는 것이 기후위기의 현실적 대안인 것이지요. 프랑스는 정부 차원에서 이런 운동을 하고 있는데, 그 실행방법은 풀 멀칭하기, 퇴비 주기, 다양한 작물 키우기 등입니다. 우리 선조들이 늘 해오던 것들이지요. 검증되지 않은 값비싼 신기술이 아니라, 수천 년 동안 지속가능성이 검증된 옛 지혜에서 기후위기의 대안을 찾아야 한다고 봅니다."
신원 님은 강의를 갈무리하며, 함께 사는 삶의 경험 속에서 '어떤 문제를 풀 것인지', '어떤 문제가 중요한지' 찾아갈 수 있게 되었다고 했다. 하지만 그렇다고 문제를 해결해가는 과정이 쉬운 것은 아니다. 결국 삶의 구조를 바꿔야 가능한 일이기 때문이다.
"마을 친구들 몇 명과 일회용기가 아닌 스테인리스 통으로 두부를 유통해보려 시도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것 하나 바꾸기도 쉽지 않습니다. 생산 과정에서 담아주시는 분이 통에 담아주셔야 하고, 두부를 사간 사람들도 통을 제때 돌려주어야 합니다. 많은 사람이 공감하고 실제 생활양식을 바꿔야 가능한 일입니다. 그래서 함께하는 관계가 얼마나 만들어질 수 있느냐가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몇 명만의 운동이 아니라, 함께 사는 사람들이 끈끈한 관계를 바탕으로 새로운 삶의 문화를 만들어갈 때 가능한 것이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