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엠마
느림보
꼭 어디를 향해 떠나는 것만이 '탐험'은 아니다. 72살에 그림을 그리기 시작하여 수백 점의 그림을 남긴 이도 있다. 독일의 화가 엠마 스턴의 실화를 담은 <엠마>다.
자식들을 모두 떠나보내고 고양이와 홀로 살던 엠마 할머니, 자식들이 선물한 고향 마을 그림이 할머니가 기억하는 추억 속 고향을 담아내지 못함을 아쉬워하다 직접 붓을 들었다.
처음에는 자신이 없어 자식들이 없을 때만 그림을 벽에 걸었지만, 그 그림을 본 아이들이 칭찬을 하자 그때부터 본격적으로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고 한다. 그림책에 담긴 눈 쌓인 마을, 딱따구리, 고양이 등은 화가 엠마 스턴이 그린 그림들이다. 엠마 스턴 할머니는 그림을 그리고 나서 이제 더는 외롭지 않았다.
이제 이 나이에 또 무엇을 할 수 있는 게 있을까 싶을 때 그림책 심리 수업을 시작했다. 그걸 지금 시작해서 뭘 하려고 하느냐는 친구의 물음에 그냥 해보고 싶었다고 말하면서도 계면쩍었다. 뭘 계획하기에 늦은 나이, 내 자신에게 돈을 들여 무엇을 배운다는 게 사치스럽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오래전부터 심리 공부를 해보고 싶었다. 하지만 내가 무엇을 배우는 게 곧 가정 경제에 보탬이 되어야 하던 시절에는 그게 과욕이었다. 그러다 그만 뭘 배워 써먹기에 늦은 나이가 돼버렸다. 원하든 원치 않든 이제 '나'를 위해 살아야 시절에 던져졌다.
그 새롭게 시작하는 '나'의 시간, <엄마의 초상화> 속 엄마가 여행을 떠나듯 나도 무작정 나를 향한 여행에 첫 발을 '그림책'으로 내디뎠다. 아이들과 도서관을 다니던 시절, 아이들보다 내가 더 좋아했던 그림책, 무엇을 위해서가 아니라 그저 좋아했던 것과 해보고 싶었던 것을 해보게 되는 시절, 낯선 행복이다.
엄마의 초상화
유지연 지음,
이야기꽃, 2014
엠마
바바라 쿠니 그림, 웬디 케셀만 글, 강연숙 옮김,
느림보, 2004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탈자 신고
공유하기
두 할머니는 말합니다, '이 나이에 무엇이든 할 수 있다'고
기사를 스크랩했습니다.
스크랩 페이지로 이동 하시겠습니까?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