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기 하강식을 보기 위해 인도 각지에서 수천 명의 인파가 모였다.
이원재
현재까지도 앙숙 국가로 손꼽히는 인도와 파키스탄. 같은 언어를 사용하는 같은 민족이지만, 1947년 영국으로부터 독립한 이후 종교적 갈등을 화두로 분리되어 내가 여행했던 2019년에도 크고 작은 교전이 일어날 정도로 사이가 좋지 않다.
그런 두 국가의 유일한 국경, 와가(Wagah)에서 국기 하강식이 열린다는 말은 꽤 의외로 다가왔다. 적대 국가인 인도와 파키스탄의 군인이 매일 같은 장소, 같은 시간에 함께하는 국기 하강식은 어떤 모습으로 다가올까.
하강식을 보기 위해 모여든 수많은 인파와 국제공항을 능가하는 엄격한 출입심사는 나에게 긴장감을 주었다. 아무래도 적국의 발등 앞에 수천 명의 인파가 운집하는 것일 테니 그럴 만도 하겠다.
폭발의 우려가 있는 라이터나 담배는 물론 심지어 보조배터리까지도 반입금지품목으로 지정될 정도였다. 아무리 인도와 파키스탄 두 국가가 함께하는 화합의 장이라고 해도 이들 사이에 얽힌 적대 관계는 숨길 수 없음이 다분해 보였다.
늦게 들어간 모양이었는지 경기장은 이미 수많은 사람으로 가득 메우고 있었다. 인도 국기가 그려진 모자와 페이스 페인팅을 한 사람들, 경기장에 들어오기 전 고속도로 요금소서부터 이미 모자나 국기를 파는 사람들과 계속해서 마주치긴 했는데, 그럴만한 이유가 있지 않았나 싶다.
한국에 대입하자면 한일전과 가까운 모습, 그것도 매일같이 수천 명이 모이는 한일전이라니. 세계 2위에 빛나는 인도의 인구 규모를 새삼 실감하게 되었다. 하지만 파키스탄의 경우 경기장의 규모도 작고 비어 있는 좌석도 많아 그에 따른 수적 열세를 면하지는 못해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