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마이뉴스에 연재된 기획기사 시리즈 "해고/돌봄 0순위, 재난 속 여성노동자"의 제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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뿐만 아니다. 전국 11개 여성노동자회 지역지부의 활동가들이 지난 5월 <오마이뉴스>에 연재한 인터뷰 기사에는 이 시국에도 멈출 수 없었던 '돌봄노동'의 이야기가 넘쳐난다. 집단감염 시국에도 연고 없는 노인들을 일일이 찾아다니며 돌보았던 복지시설의 요양보호사, 학교의 공식적인 수업이 멈추었지만 일하는 부모들을 위해 아이들을 도맡았던 돌봄교실의 돌봄전담사들, 혹시라도 반 아이들에게 안 좋은 영향을 미칠까 봐 철저하게 절제된 생활을 하며 일하던 보육교사들.
무엇보다 갑작스레 재택근무를 하는 성인가족들과 모든 교육/공적 돌봄시설들이 쉬게 되면서 온전히 가정 안에 거해야만 하는 노인/미성년/장애인 가족들의 삼시 세 끼를 챙기고 집안의 온갖 가사를 도맡다시피 해야 했던 주부들. 이 외에도 미처 다루지 못한 수많은 돌봄노동자들이 있다. 세상 전체가 코로나로 멈춘 듯했지만, 오히려 코로나 때문에 더 바삐 돌아가는 다른 세상이 있었다. 그리고 이 세계를 주로 여성이 전담하고 있었다.
'덕분에'만 있고, 돌봄 가치에 대한 재고는 없다
공장이 멈춰도 인간의 삶을 멈출 수는 없기에 재난 시기에도 돌봄은 절대 멈추지 말기를 사회적으로 요구받는다. 하지만 우리 사회가 이 돌봄 노동의 필수 불가결함을 얼마나 인정하고 대우하고 있는지는 의문이다. 코로나19 바이러스와의 최전선에 있는 간호사들을 '덕분에'라고 치켜세우지만 이들이 만성적으로 호소해 온 인력 부족 상태와 처우 개선은 해결할 생각이 없다.
정부가 책정하는 복지수가로 결정되는 노인 요양보호사나 장애활동지원사들의 임금은 사실상 최저임금에도 못 미친다. 돌봄교실을 맡은 돌봄전담사들은 단시간(시간제) 비정규직이다. 가족을 돌보고 가사를 일구는 노동은 여성들이 전담하는 무급 봉사로 여겨지기에, 여성들은 취업을 하거나 일자리를 유지할 때 불이익을 감수하는 기제로 작동한다. 이번 코로나 위기 극복을 위해 발표된 정부의 재난지원/경기부양책에서도 돌봄을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는 태도를 확인할 수 있다.
정부가 안정기금을 지원하는 7대 기간산업으로 항공/해운/자동차/조선/기계/전력/통신 산업만을 뽑았고, 경기부양-일자리 정책으로 내건 한국판 뉴딜 정책에는 디지털/그린 뉴딜만이 있다. 모든 것이 멈춰도 돌봄은 멈추지 못할 정도로 필수적이건만, 왜 그 노동을 하는 여성들의 근로조건은 나아질 바를 모르며, 국가의 필수산업의 카테고리에도 끼지 못하는 것이며, 돌봄산업 일자리의 확충에는 왜 예산을 투여하지 않는 것일까?
어느 때 보다 돌봄의 가치가 부상하는 이 초유의 사태 속에서도 돌봄은 그저 여성들끼리 알아서(무급으로 값싸게) 하면 되는, 중요하지도 시급하지도 않은 취급을 받고 있다.
인간에게 정말 필수인 것은 무엇일까?
무엇이 우리 사회의 근간인가? 무엇이 우리에게 필수적인가? 코로나로부터 우리는 그것을 배워야 한다. 캐나다가 코로나19 와중에도 근무를 계속하며 핵심 공공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간호사, 요양보조사, 사회복지사 같은 이들을 '필수 노동자(essential worker)'로 규정하고 중앙정부와 지방정부의 지원으로 그들의 임금을 인상하기로 했다는 기사에서 힌트를 얻는다.
그린뉴딜이랍시고 전기자동차를 더 생산하게 하고 궁극적으로 기업 배나 불려주는데 목적이 있는 그런 정책은 코로나 재난 같은 위기로부터 우리를 근본적으로 구원할 수 없다. 바이러스 확산으로 시작된 이 재난위기는 가부장적 자본주의가 망쳐온 세계의 한계를 극명히 확인하는 시간이라 생각한다.
끊임없이 돌아가는 공장으로 표현할 수 있는 자본주의는 공장 안에서는 일할 수 없고, 다만 공장이 잘 돌아갈 수 있게 밥과 쉼을 제공하는 역할로 여성을 제한하며 증식했다. 가부장적 자본주의가 지구환경을 망치며 지금까지 폭주하는 동안 여성들이 담지해 온 돌봄의 가치는 그렇게 철저히 무대에서 배제되었다. 하지만 돌봄 노동이 없다면 공장이 재가동되는 것은 물론이고, 인류의 유지 자체가 불가능하다. 긴 시간 여성에게만 주어진 '돌봄' 그래서 아무도 주목하지 않았던 이 돌봄 노동의 가치가 코로나 위기 극복의 핵심이 되어야 한다.
이 자리 있는 분들과 이러한 가치를 공유하며 나와 타인을 충분히 돌보며 일하고 삶을 영위할 수 있고, 누군가를 착취하며 돌봄 받지 않아도 되는 그런 포스트 코로나를 꿈꾸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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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9년 창립한 여성환경연대는 에코페미니즘의 관점에서 모든 생명이 더불어 평화롭게 사는 녹색 사회를 만들기 위해 생태적 대안을 찾아 실천하는 환경단체 입니다. 환경 파괴가 여성의 몸과 삶에 미치는 영향에 주목하여 여성건강운동, 대안생활운동, 교육운동, 풀뿌리운동 등을 해오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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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재난, 공장은 멈춰도 돌봄은 멈출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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