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현우씨가 재배한 ‘홍로’를 자랑스럽게 들어올리고 있다.
무한정보 김수로
'홍로'가 붉게 익으면 어김없이 추석이 돌아온다. 아삭하고 상큼한 사과는 차례상에도, 오랜만에 마주한 정다운 얼굴들과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는 자리에도 빠지지 않는다.
올해는 코로나19로 떨어져 사는 가족들이 예년처럼 함께 명절을 보내기 어려워졌다. 집 앞마저 마음 편히 나갈 수 없는 일상에 그리움까지 더해진다.
충남 예산지역 대표브랜드인 사과에도 지난봄과 여름은 쉽지 않은 나날이었다. 갑작스러운 이상저온으로 꽃이 얼어 죽었고, 전례없이 이어진 긴 장마는 나무를 병들게 했다.
그렇지만 농부의 정성 어린 손길과 굵은 땀방울로 둥근 속을 빈틈없이 채웠다. 우리에게 닥친 이 어려움 또한 이겨내리라는 위로를 건네는 듯하다.
사과가 빨갛게 영그는 가을, 이 한 알은 어디에서 시작했을까?
아무리 먹어도 맛있는
21일 찾은 오가 분천리 '황금농원'. 파란 하늘을 머리에 인 사과나무들이 줄지어 서 있다.
전현우·심현국 부부가 수확한 사과를 갈무리하느라 바쁘다. 추석에 맞춰 생산하는 홍로는 이미 1·2차 수확을 마쳤고, 나무에 남은 것은 농원을 찾는 손님들이 직접 따가게 했다.
전체 과수원 4000평 가운데 1500평에서 홍로를 재배하는 전씨가 금방 밭에서 딴 사과 하나를 자랑스럽게 내민다. 과수원을 한 지 6년째지만, 사과는 아무리 먹어도 질리지 않는단다.
"우리는 착색제를 뿌리지 않고 키워 껍질째 먹어도 안전하고 더 맛있어요. 대부분은 직거래로 판매하는데, 한 번 드셔본 분들은 계속 찾아요"
올해 작황을 물으니 생산량이 지난해의 2/3 수준이라고 토로한다.
"나무 1그루(전체 400그루)에 한 짝(18㎏)은 나와야 하는데, 이번엔 다해봐야 350짝밖에 못 땄어요. 봄에 냉해를 입어 나중에 핀 꽃에서 착과가 돼 과실수가 적고 모양이 잘 안 나온 데다, 비가 많이 와 햇볕을 충분히 못 받고 탄저병이 심하게 돌았죠."
전국적으로도 생육상황이 나쁘다 보니 사과가격은 평년보다 2배가량 올랐다.
"5㎏짜리가 공판장에서 4만~5만 원씩 가요. 하지만 값이 좋아도 선물·제수용으로 쓸 만큼 알이 굵은 게 별로 없어요. 8월 말~9월 초 태풍이 강하게 온다고 예보했잖아요. 이때 낙과하거나 상처를 입는 게 더 손해라고 판단한 농가들이 열매가 완전히 익기 전에 수확해 물량도 적어요."
크기가 작은 사과는 한 번에 부담 없이 먹을 수 있는 점을 부각시켜 판매하고 있다는 전씨. 그래도 택배를 보내기 위해 창고에 쌓아둔 사과상자 200여 개를 보면 마음이 든든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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