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가네곰탕경상도 현풍곰탕식으로 우려낸 백가네 곰탕. 진한 국물과 부드러운 고기가 일품이다.
변영숙
간만에 양주시 가래비 장터에 있는 '백가네 곰탕'을 찾았다. 오늘도 '백가네 곰탕' 가게 앞에는 변함없이 대형 무쇠 가마솥이 걸려 있었다. '하루에 딱 100그릇 양만 한정 판매'라는 현수막도 그대로였다.
"사실은 백 그릇 더 팔아요." 어떤 아저씨가 고자질하듯 귀띔을 해 준 적도 있지만 그 아저씨도 하루종일 앉아서 곰탕 수를 세어 보지는 않았을 텐데, 어떻게 알고 그렇게 말을 할까. 하루에 가마솥 두 개로 제일 맛있게 우려낼 수 있는 양만큼만 팔겠다는 주인장의 마음으로 이해하면 될 터였다.
지어진 지 80년이 다 되어가는 허름한 단층 건물에 들어선 비좁은 식당은 손님들로 북적였다. 몇 개 안 되는 홀 테이블은 이미 모두 사람들로 꽉 차 있었다. 벽지는 이미 색이 바랜 지 오래고 여기저기 낙서로 가득했다. 모두 손님들이 남기고 간 낙서인데 개중에는 제법 '시' 냄새가 나는 글도 있었고, '술잔이 앞에 놓여 있으니 어찌 술을 마다하리오' 같은 어느 주당의 글도 있었다.
아래쪽 벽면에는 병뚜껑을 활용한 아기자기한 인테리어 장식도 보였다. 요즘 새로 생기는 으리으리한 식당들에 비하면 초라했지만 오래된 식당이 풍기는 편안함이 있었다. 한창 바쁜 시간인지라 남편은 주방일을 보고 아내는 부지런히 음식을 날랐다.
마침 옆 테이블에 자전거 동호회 회원들이 있기에 "여기 자주 오세요?" 하고 물었더니 "얼마 전에 한 번 먹어봤는데 맛이 있어서 지나갈 일이 있으면 꼭 먹고 간다"고 말했다. 식당 구석구석에서 사람 사는 냄새가 물씬 풍겼다.
'음 좋군' 소리가 절로 나오는 뽀얀 국물
알다시피 곰탕은 사골, 우족, 소꼬리, 뽈살, 반골 등을 넣고 오랜 시간 푹 '곤' 음식으로 임금님의 수라상에도 올랐던 귀한 음식이다. 1527년 조선 중종 22년에 발간된 훈몽자회에는 곰탕이 국에 비해 국물이 진하며 공이 많이 들어가는 진귀한 음식이라고 적혀 있다고 한다. 황해도 해주곰탕, 전라도 나주곰탕, 경상도 현풍 곰탕을 3대 곰탕으로 꼽는다고 한다.
백가네 곰탕은 경상도식인 현풍곰탕을 모티브로 한 곰탕으로 사골, 우족, 꼬리, 반골을 넣고 여섯 시간 이상을 무쇠 가마솥에서 우려낸다. 당연한 얘기지만 국물이 뽀얗게 보이기 위해 우유, 밀가루 등 어떤 첨가물도 넣지 않는다. 순수하게 뼈와 고기만 푹 고아낸 국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