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기후위기비상행동은 7월 29일 삼성전자서비스 마산센터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삼성의 석탄화력발전 투자 중단되어야 한다"고 했고, 마산가포초등학교 6학년 박지호군이 손팻말을 들고 서 있다.
윤성효
[ 기사 보강 : 28일 오후 2시 30분 ]
그건 질문이 아니라 질타였다. 물음표를 달았으나 혼내는 말투였다.
"왜, 어른들은 기후위기에 관심을 안 두나요?"
기후위기에 맞서 비상행동에 나선 박지호(13) 군의 말이다. 그는 '기후용사'를 자처한 청소년이다. 그의 임무는 기후위기를 부채질하는 악당들과 맞서 싸우는 것.
"키를 희생하더라도 미래를 만드는 게 더 낫죠."
그의 대답은 뜻밖이었다. 육식을 거의 하지 않는다는 말에 '키 크는데 도움이 안 되면 어떡하냐'라고 물으니 의외의 답이 돌아왔다. 그에겐 학급에서 키가 가장 작은 것 따위는 문제가 아니었다. 진짜 중요한 건, 엄마·아빠 나이가 돼서도 이 땅에서 살아가는 것이다.
25일, 기후위기의 심각성을 알리기 위해 우리나라 청소년들이 결석시위에 나선다.지난해에 이어 두 번째로 정부에 기후위기 대응을 촉구한다. 다만, 올해는 코로나19 여파로 '온라인'으로 진행된다.
박군는 기후위기 문제를 알리기 위해 앞장선 청소년이다. 그는 어른들의 '기후침묵'을 깨우고자 초등학교 5학년때부터 거리에서 피켓을 들었다. 지난 1월 경남도청 앞에서 '지속적인 탄소배출은 죽음으로 가는 지름길'이라며, 지방정부의 기후위기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또한 지난 7월, 삼성 계열사의 석탄 발전 투자 중단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에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게 재생에너지에 투자할 것을 요청하는 편지를 썼다.
13세 소년이 환경에 관심을 갖게 된 이유
24일, 그와 전화인터뷰했다. 한창 PC 게임을 좋아할 나이인데, 환경 문제에 관심을 가지게 된 이유가 궁금했다.
- 왜, 환경에 관심을 두게 됐나?
"지난해 중고서점에서 <육식의 종말>이란 책을 샀어요. 소를 잔인하게 죽이는 과정을 소개한 책이었죠. 송아지는 태어나서 11개월이 되면 비육장으로 옮겨져 살을 찌워요. 그리고 도살장에 끌려가 마취총을 맞고 죽임을 당해요. 사람들이 소를 거꾸로 고리에 걸어 온몸을 조각조각 내는데, 끔찍했어요.
사람들한테도 고통스러운 작업이에요. 도살장에서 일하는 사람은 대부분 극빈층이죠. 온종일 소를 죽이면 시뻘겋고 뜨끈한 피가 발목까지 찬데요. 상상만 해도 너무 무서워요. 동물에게나 사람한테도 못 할 짓이죠.
고기를 많이 먹은 사람은 암이 발병할 확률이 높데요. 이렇게 육식은 별로 좋을 게 없어 보였어요. 그날부터 엄마에게 채식 위주 식단을 하겠다고 선언했고, (경남 창원) 주남저수지에 열린 생태연구프로그램에 참여하면서 기후위기에 관심을 두게 됐어요."
- 학교 급식에서는 아직 채식을 제공하지 않는데.
"학교 급식에 고기가 나오면 어쩔 수 없이 먹어요. 아직 완벽하게 육식을 안 하는 건, 아니에요. 엄마가 학교 급식에 나오는 고기까지 먹지 않으면 안 된다고 해서요. 다만, 학교 밖에선 완전히 채식 위주 식단이에요."
- 평소에도 엄마 말을 잘 듣나?
"엄마 말을 따르지 않으면, 제가 하고 싶은 환경 (관련) 활동을 못 하게 되잖아요. 아직은 나이가 어려서 하고 싶은 일을 하려면 엄마의 도움이 필요해요. 제 의견만 고집하면, 환경교육 프로그램이나 강연 등에 참여할 수 없잖아요. 합의를 본 거죠."
-같 은 반 친구들의 반응은 어떤가?
"반에서 키가 제일 작아요. 그래서 애들이 가끔 '고기를 안 먹어서 그런 거'라며 놀리기도 해요. 하지만 이상한 아이 취급하는 건 아니에요. 그냥 좀 특이하다고 생각하는 것 같아요. 상처받는 일을 당한 기억도 없어요."
- 어쩌다 PC 게임이 아니라 기후위기에 관심을 갖게 됐나?
"(경남 창원) 지난해부터 람사르문화관에서 하는 생태교육 프로그램에 참여했는데, 이때 기후위기와 그레타 툰베리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용기를 얻었어요."
- 어떤 용기를 얻었나?
"고기 안 먹기를 실천할 수 있다는 거요. 그레타 툰베리도 어린 나이지만 적극적으로 실천해서 불가능한 것을 이뤄냈잖아요. 저도 기후위기와 환경을 위해 고기 안 먹기를 잘 실천하면 사회를 바꿀 수 있다고 느끼게 됐어요."
"기후위기는 미래가 아닌 지금의 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