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동네 빅마마 김미숙씨가 상현이와 함께 온라인 수업을 듣고 있다.
송하성
"선생님이 오기 전엔 공부가 재미없어서 게임만 했어요. 게임 안 할 때는 아무것도 안 했어요. 그냥 TV만 봤어요."
초등학교 3학년 상현이(가명)는 빅마마 선생님이 오기 전까진 하루를 무료하게 보냈다. 캄보디아에서 온 엄마는 회사에 가야 했기에 학교에 가지 못하는 상현이는 온종일 방치돼 있다시피 했다.
상현이 아빠는 현재 어디에 있는지 모른다. 외국으로 나갔다는 사실만 알고 있을 뿐 연락이 닿지 않는다. 엄마는 결국 가족을 방치하는 아빠에게 이혼 소송을 제기했다. 그래야 상현이가 사회복지의 혜택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불을 깔고 나면 남는 공간이 거의 없는 3평짜리 원룸에서 그렇게 상현이와 상현이 엄마가 살고 있다.
방치되는 아이들, 여전히 존재하는 사각지대
학교에 가지 못하는 상현이는 지역아동센터에 다닌다. 하지만 지역아동센터는 오후 2시부터 갈 수 있다. 엄마가 회사에 간 후부터 10살 상현이가 집에서 할 수 있는 일은 거의 없다. 혼자서 학교 수업을 들을 수도 없고, 요리를 해서 음식을 먹을 수도 없다. 상현이 말대로 그저 게임을 하거나 TV를 보는 것이 전부다.
이런 아이를 집에 두고 출근하는 상현이 엄마의 마음은 안절부절못할 수밖에 없다. 아는 사람들에게 아이를 맡겨보기도 했지만, 며칠 가지 못했다.
맞벌이 가정, 한부모 가정 등에서 부모 없이 방치되는 아이들을 돌보기 위해 여성가족부가 아이돌봄서비스를 운영하고 있지만, 상현이는 이용할 수가 없다. 아빠가 있어서 사회복지 대상자가 되지 못하기 때문에 아이돌봄서비스를 받고 싶다면 시간당 최대 9890원의 사용료를 내야 한다.
"제가 공장에 다녀 겨우 먹고 사는데 많은 이용료를 내고 아이돌봄서비스를 이용할 수가 없어요. 그래서 이러지도 못하고 저러지도 못해요."
지역 엄마들, 다문화가정 아이들의 엄마가 되어주다
상현이 엄마는 눈물이 마를 날이 없다. 그러다 지난 5월에 화성시다문화가족지원센터(센터장 이현주)에서 뜻밖의 소식을 들었다. 2019년, 남편과의 문제로 사례관리 서비스를 받았는데, 상현이가 집에서 방치된다는 사실을 파악한 센터에서 '우리동네 빅마마' 서비스를 제안한 것이다.
지역 돌봄서비스 '우리동네 빅마마'는 어려운 가정환경으로 인해 방치되는 다문화가정 자녀들을 직접 찾아가 돌보는 프로그램이다.
지역에서 다문화가족에 관심이 많고 50~60대 양육 경험이 있는 여성들을 대상으로 지역돌봄활동가 교육을 해 다문화가정에 파견한다. 한 달간 교육을 받은 빅마마는 ▲어려움을 겪는 다문화가족 발굴 ▲자녀 돌봄 서비스 ▲심리 정서지원 및 학습지도 ▲다문화가족 및 부모교육 등의 일을 진행한다.
다양한 이유로 사각지대에 존재하는 다문화가정 자녀를 돌보는 이러한 프로그램은 전국에서 처음이다.
달라진 아이의 일상, 독서일기 시작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