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삼촌 차 키에 달린 해병대 마크 고리 이 열쇠 고리를 보고 외삼촌을 당연히 선임이라 생각했을 것이다.
조영지
선배님이라는 호칭과 해병대 사진까지 보내온 걸로 봐선 의심의 여지가 없었다. 귀신 잡는 해병대라더니 사람 마음까지 사로잡는 해병대였다. 진짜 사나이의 의리를 전해들은 나는 그 패기에 반해버릴 지경이었다.
옆에서 듣고 있던 해병대 출신인 남편도 역시 후배들이라며 해병대 부심을 잔뜩 부렸다. 해병대는 그 어떤 학연·지연보다 끈끈한 유대관계를 자랑한다. 어느 동네를 가도 볼 수 있는 빨간색 조립식 컨테이너에 '해·병·대'라고 쓰인 간판을 보며 혼자 뭉클해 하던 남편을 이제야 조금 이해할 수 있었다.
외삼촌의 양심 고백, 기꺼이 이해해주실 거죠?
외삼촌과 남편은 친인척이기에 앞서 해병대 의리로 맺어진 선후배였단 사실도 이번에 새로 알게 됐다.
"필승! 저는 843기입니다. 선배님은 몇 기십니까?"
그러자, 외삼촌이 머뭇거리며 말했다.
"하하, 그게 말이제... 사실 나는 해병대 아니다."
"네에???"
"육군 출신이다."
나와 남편은 화들짝 놀랐다.
"그럼 그 열쇠고리는 뭐예요?"
"그거는 친구가 준 거 그냥 달고 다닌 기다. 그 군인한테는 차마 입이 안 떨어지드라. 선배라고 철석같이 믿고 있을낀데. 그러이 니가 기사 함 써봐라. 전국에 해병대한테 고맙다고. 해병대 정신 최고라고!"
푸핫! 마구 웃음이 났다. 그렇지! 이것이 바로 진짜 '사는 이야기'지. 언제나 예상치 못한 곳에서 반전이 일어나는 게 우리네 인생사 아니던가. 이후 외삼촌은 한마디를 더 남겼다.
"그라고 해병대나 육군이나 의리의 사나이인 거는 매한가지데이~!"
요즘 유튜브 예능 '가짜 사나이'가 인기다. 그곳에 출연한 한 교관이 한 말이 떠올랐다. "군인은 인성이 가장 중요하다!" 외삼촌에게 친절을 베푼 인성 갑 '진짜 사나이'! 실은 해병대가 아니었던 외삼촌의 양심 고백, 기꺼이 이해해 주실 거죠? 필.승!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탈자 신고
댓글6
공유하기
귀신 잡는 해병대라더니, 사람 마음까지 잡아버리네요!
기사를 스크랩했습니다.
스크랩 페이지로 이동 하시겠습니까?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