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설날 선택가족들과 나눈 밥상지난 설도 어김없이 선택가족들과 함께 보냈는데, 명절 기분을 내보려고 고사리로 우려낸 채수로 떡국을 끓이고 비건 동그랑땡을 부쳐 먹었다.
김소라
'밥 먹었냐'는 인사보다 '추석에 뭐 할 거냐'는 질문을 더 많이 하고 있는 요즘이다.
사회적 거리두기 2단계가 장기화되고 있고, 정부는 추석 연휴에 특별방역으로 거리두기를 일부 강화하겠다고 발표했다. 팬데믹(세계적으로 감염병이 대유행하는 상태)이 뒤바꾼 일상에 적응한 듯 보이지만, 코로나19가 명절까지 혼란에 빠뜨릴 줄은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을 것이다. 벌초 대행업체는 성황을 이루는 중이고, 온라인 성묘와 온라인 제사까지 등장하는 등 상상초월의 민족대명절을 앞두고 있다.
이렇게들 혼란스러운 연휴를 맞이하는 동안 뒷짐을 지고 구경만 하는 사람이 있었으니, 그건 바로 나다. 비혼으로서, 혈연관계나 연애관계가 아닌 사람들과 '선택가족'을 꾸리고 산 지 어느덧 5년 차가 되고 있는 나는 설이나 추석에 별 감흥이 없다(선택가족에 관한 이야기는
내 '집사람'은 한 명이 아니고 세 명입니다 이 글을 참고하길 바란다.
http://omn.kr/1niel).
대부분의 여성들은 연휴 마지막 날이면 앓아눕고 만다. 제사음식을 준비하고 술상을 차리느라 몸을 혹사시켰거나, '살 빼라' '결혼해라' 등의 충고 세례로 마음이 너덜너덜해지기 때문이다. 더도 말고 덜도 말고 한가위만 같으라는 말이 있는데, 여성에게 한가위는 여러모로 시중을 드는 날이다. 내가 차린 상이지만 정작 나는 쏙 빠져야 하는 차례상과 밥상에 휴일을 헌납하고 싶지 않다. 그래서 나는 명절에 '가족모임'에 가지 않는다.
휴일은 휴일답게. 원가족과 굳이 특별한 교류를 하지 않는 나에게 명절 연휴란, 선택가족들과 원 없이 춤을 추는 기간이다. 나와 비슷한 처지의 친구들을 한 데 모아서 평등하게 먹고 신명나게 노는 것이 내가 명절을 맞이하는 방법이다. 모처럼 연이어서 쉴 수 있기 때문에, 연휴 첫날 뜨겁게 놀고 얻은 근육통과 함께 남은 2~3일을 흐뭇하게 쉬며 보내곤 한다.
그런데 올 추석은 나와 친구들에게 있어서도 비상이다. 코로나19가 '우리의 명절'에도 침투하고 말았다. 추석 당일에도 틀림없이 문을 열기 때문에 즐겨 찾던 홍대 클럽 '명월관(MWG)'이 문을 닫았다.
클럽 명월관, 케이크샵... 코로나19로 무너져간 공간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