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조 선수만큼 유연하게 새 모이를 빼앗아 먹는 다람쥐 쇠막대기로 뛰어 내리는 담력과 체조 선수만큼 유연한 몸, 뒷발만으로도 몸을 지탱하는 근력을 보여 준 특별한 다람쥐
김상대
다람쥐는 가느다란 쇠막대를 뒷발로 잡고 온 몸을 뻗어 앞발로 새 모이통을 붙잡더니 여유있게 해바라기 씨를 빼먹기 시작했다. 온 몸을 화살처럼 쭉 뻗어 씨앗을 먹고 있는 모습이 마치 기계체조 선수 같다.
'유연하고 강인한 근육! 예사 놈이 아니다. 특별한 다람쥐가 나타났다.'
신기해서 가까이 다가서자 다람쥐는 재빠르게 땅 밑으로 내려와 멀찌감치 떨어져 내 눈치를 본다. 한참을 나와 눈싸움을 하다가 내가 몇 발자국 뒤로 물러나 모르는 척을 했더니 그 틈을 타 옆에 있는 큰 나무를 타고 오르기 시작한다.
나뭇가지들을 잽싸게 건너 뛰어 오르더니, 새 모이가 걸린 쇠 막대 바로 위 나뭇가지에 엎드려 내 눈치를 보기 시작한다.
'오 마이 갓! 저건 분명히 뛰어 내리려는 자세다. 아니, 설마?'
그렇게 의심하고 있던 순간, 다람쥐는 꽤 거리가 먼 쇠막대를 향해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뛰어 내렸다. 그리곤 가느다란 쇠 막대기를 뒷발로 부여잡고 온 몸을 쭉 늘이더니, 앞 발로 새 모이통을 잡고 해바라기 씨를 빼먹기 시작했다.
한두 번 했던 솜씨가 아니다. 찔릴지도 모르는 뾰족한 쇠막대를 향해 뛰어 내릴 수 있는 용기와 뒷발로만 막대를 잡고도 온몸을 지탱할 수 있는 힘에 감탄하기 시작했다. 갈매기들 세계에서 '가장 높이 나는 새가 멀리 본다'는 명언을 남긴 조나단 리빙스턴 시걸이 있다면, 이 다람쥐는 다람쥐 세계의 조나단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