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틀리인생학교에서는 온 세상이 캠퍼스입니다. 2기 이동학교 제전거팀(자전거로 제주도 일주).
꿈틀리인생학교
저희 아이는 2017년도 18살을 꿈틀리 인생학교에서 보냈습니다. 초등학교, 중학교를 공교육으로 졸업한 아이가 고등학교 1학년 여름, 학교를 그만두고 1년을 쉬어보겠다고 합니다. 물론 아이에게 먼저 제안을 했지만 스스로 결정하기까지 지켜봤을 때, 아이는 새로운 경험을 원했던 것 같습니다. 하교 후 야간 자율 학습에 이어 학원, 편의점 끼니로 반복되는 생활. 그 안에서 아이의 쉼은 학교나 부모의 눈을 피해 PC방을 드나드는 것과 일본 애니메이션을 보고 라이트 노벨을 사고 애니메이션 행사장을 찾아다니는 것이었습니다.
좀 다른 것을 선택한다는 게 마음먹기 어려운 때였던 아이에게 가장 끌리는 것은 집을 벗어나는 것, 반복되는 기계적인 생활을 벗어나는 게 아니었을까 합니다. 고등학교 1학년 남자 아이에게 부모는 잔소리꾼에 말도 통하지 않는 꼰대였기에 아이가 입버릇처럼 뱉은 '독립 선언'을 상황은 다르지만 조금 당겨 경험할 수 있다고 생각한 듯합니다.
1년의 꿈틀리 인생학교를 다니려면 재학 중인 학교에서 '자퇴'를 할 수밖에 없는데 아이에게는 첫 도전이 되지 않았나 싶습니다. 복학과 검정고시를 고민하던 차 학내 자퇴 과정 중 하나인 '숙려 기간' 2주를 갖더니 복학은 하지 않겠다고 합니다. 아이 결정에 지지하는 친구와 불안과 걱정을 보태는 친구들 사이에서 아이가 하나씩 결정하는 것에 불안한 책임을 갖고 꿈틀리 인생학교를 시작합니다.
아이는 꿈틀리 인생학교에서 닉네임을 다소 무겁게 느껴지는 '해결사'로 정했는데 동기들이 '결사'라 불러줍니다. 2주에 한 번은 귀가임에도 아이는 될 수 있으면 학교에 머물러 아이 입을 통해서 학교 소식을 듣기는 어려웠고 블로그에 일주일 단위로 올라오는 생활 이야기를 통해 아이를 만납니다. 서로 다른 속도를 기다려 주고 '다름'을 인정해 가는 아이들을 보게 됩니다. 집에서도 학교에서도 제 목소리 내기 힘들었던 -스스로 내 목소리가 뭔지도 잘 몰랐던- 내 목소리 볼륨도 배워가는 것을 보게 됩니다. 무엇보다 문제가 생겼을 때 모두의 목소리를 듣고 서로 조율하는 과정이 있었습니다.
경험해보지 못했던 늦은 시간까지 이어지는 토론이나 감정으로 치우치치 않게 지지대가 되어주는 선생님. 아이는 그 과정을 배워가고 있었습니다. 만족할 만한 결과를 얻지 못 해도, 과정 중에 다같이 내린 결정을 존중하는 모습을 보면서 10대에 저런 경험을 할 수 있는 아이가, 그런 기회를 가진 게 부럽기도 하고 감사했지요. 10대에 이런 경험을 한 아이와 그렇지 못 한 아이는 앞으로 맞닥뜨리는 문제가 있을 때 해결 방법도 마무리도 결론에 닿는 색도 다르다고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