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사도 조각상과 어우러지는 병풍도의 맨드라미 꽃. 섬 곳곳에 맨드라미가 심어지고, 12사도 조각상이 설치돼 있다.
이돈삼
가을에 흔히 볼 수 있는 꽃 가운데 하나가 맨드라미다. 봉숭아, 채송화, 분꽃과 함께 우리네 장독대와 돌담 주변을 장식했던 꽃이다. 내리쬐는 햇살에 강하고, 마른 땅에서도 잘 자랐다.
맨드라미가 장독대 주변을 차지한 건 주술과 연관이 있다. 옛날에 어머니들은 햇살 좋은 날, 된장독의 뚜껑을 열어 뒀다. 이 된장을 지네가 좋아했다. 항아리를 타고 들어간 지네가 독한 분비물이라도 배설하면 큰일이었다.
장독대를 둘러 맨드라미를 울타리처럼 심었다. 맨드라미는 꽃이 닭의 볏을 닮았다. '계두화', '계관화'로도 불린다. 천적인 닭에 놀란 지네가 접근하지 못하도록 했다는 얘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