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체 불명의 영어와 한글을 섞어 쓰는 교육기관들
경기도 교육청
'초등 블랜디드 러닝 꿀팁 앙코르 라이브 방송.'
이쯤 되면 언어도단의 끝판왕이다. 미국에 거주하는 한 지인의 한탄처럼 한국어도 영어도 아닌 단순한 한글 파괴다. 이렇게 조악하고 천박한 언어를 구사하는 곳이 한국의 교육 부처인 교육청의 보도 자료란 사실에 절망이 밀려온다. 교육부를 포함한 정부 부처들이 마구잡이식으로 한글과 영어를 섞어 쓰는 관행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그린 스마트 스쿨, 뉴 노멀, 언택드, 에듀테크 등 특히 코로나19 시대로 접어들면서 보지도 듣지도 못한 해괴한 표현들이 유행처럼 번져 나가고 있다. 심지어 교사들 사이에서도 조롱과 풍자가 넘쳐난다.
글을 쓸 때의 기본자세는 독자를 배려하고 존중해서 언어를 선택해야 하고, 쉬운 표현과 겸손한 표현을 사용해야 한다는 것은 기본 상식이다. 외국인들도 이해 못 하는 정체불명의 영어로 한글을 오염시키는 행위는 멋지지도 않고, 이 표현을 접하는 상대를 불쾌하게 한다.
"우리에게는 한글과 한국어가 있어."
대뜸 한국인도 중국어를 사용하냐고 묻는 센터링크(Centrelink, 한국의 구청이나 동사무소와 비슷) 직원에게 우리의 말과 글이 있다고 응답할 때가 자존심을 지키는 순간이고 정체성을 확인하는 순간이다. 세상의 거의 모든 언어가 부딪히는 호주에 살면서 재차 확인한 사실은, 내 문화를 지키면서 상대의 문화를 존중하는 것이 가장 큰 경쟁력이란 점이다. 그래서 영어를 자유자재로 구사하는 사람이 부러운 만큼, 이 속에서도 한국어에 영어를 섞어 쓰지 않으려 고집하는 사람이 아름답다.
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에 따르면 "주체성이 없이 세력이 강한 나라나 사람을 받들어 섬기는 태도"를 사대주의라 한다. 혹시 우리 안에 자발적인 언어 사대주의가 뿌리박힌 것은 아닌가, 재외 동포는 서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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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 블랜디드 러닝 꿀팁 앙코르 방송?... 재외동포는 서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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