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가인作 '사는 게 왜 이렇게 재미가 없냐'(2017~2020)인스타그램(@whythereisnofuninmylife)을 이용한 사진전시
박가인
박가인과 그의 아버지는 작가이자 모델로서, 부녀지간을 넘어 세대와 세대, 진보와 보수 등 대립적 관계를 드러내는 예술협업을 이어가는 중이다. 박 작가는 작업 '사는 게 왜 이렇게 재미가 없냐'(2017~)에서 중년 남성-아버지의 벌거벗은 상체를 몰래 찍듯 촬영을 하고, 그 결과물을 많은 사람들이 볼 수 있도록 온라인 소셜네트워크(인스타그램 계정)에 게시했다.
집 안의 단조로운 배경에서 촬영방법을 미묘하게 변주하며 인물의 다양한 표정을 사진 200여 장에 옮겨왔다. 박 작가는 "직장에서 퇴직한 아버지가 느낄 삶의 무료함을 달래는 위로"라고 이 작업의 출발을 밝혔다. 아버지를 마치 관음하는 듯한 시선을 관람자와 공유하는 박 작가의 작업은 가부장적 문화에 도전하는 여성의 목소리를 위트 있게 풀어간다.
박가인의 또 다른 작업 '○○○과 ○○'(2020)은 휴대폰 채팅에서 작가와 아버지가 나눈 대화를 소개한다. 의도된 연출없이 부녀가 서로 주고받는 대화는 표면적으로 다른 가치관과 정치적 성향 때문에 일어난 갈등 속에서 서로를 향한 비속어가 난무했지만, 실상 대화의 끈을 놓지 않으며 유대관계를 지속하기 위한 부녀의 노력이 엿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