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곰배령 입구 표지판입구 표지판에 설피마을에 대한 설명이 적혀있다.
이천환
시계를 보니 오전 9시 20분이다. 입산 예약 시간은 10시, 여유가 있다. 주차장 앞쪽에 빨간 이정표가 있어 다가가니 '환영 천상의 화원 곰배령'이라 적혀 있고, 아래에는 설피라고 쓰여있다.
곰배령은 겨울이면 눈이 많이 내려 눈길을 걸으면 무릎 이상 빠져 걷기가 힘들었다. 그래서 어른들의 지혜로 '설피'라는 도구를 만들었다. 이것을 신고 다녀야 발이 눈에 빠지지 않고 편하게 걸을 수 있었다. 그래서 이곳을 설피 마을이라고 한다.
기념으로 사진 한 장 찍고 보니 생태관리센터에 벌써 줄이 서기 시작한다. 서둘러 짐을 챙겨 대열에 합류해 차례를 기다렸다. 신분증을 맡기고 입산 허가증을 받고 나니 드디어 출발이 실감 난다.
점봉산 생태관리센터를 지나자 바위를 굽이쳐 흐르는 맑고 시원한 계곡이 나타났다. 바위에 올라 맑은 물 바라보니 산천어 몇 마리가 노니는 모습이 한 폭의 그림을 연상케 한다. 살며시 손 내밀자 겁도 없이 꼬리만 살랑살랑 장난을 친다.
다람쥐 구경, 야생화 구경... 어느새 정상이다
조금 더 오르니 이정표가 웃으며 반긴다. 등산객을 맞이하는 펜션을 알리는 이정표로, 숙박 예약을 하면 사장님이 차를 태워 이곳까지 데려다준다고 한다. 펜션을 예약하지 않았기 때문에 곰배령 끝 집 방향으로 방향을 정해 나아간다. 조금 더 오르자 쉼터가 나타났다. 도토리묵, 나물 전, 막걸리, 라면 등등 종류대로 진열되어 사람들을 맞이하고, 근심도 해결할 수 있게 해우소도 준비되어 있다.
요깃거리는 나중을 기약하고, 화장실을 들러 다시금 걸음을 재촉하니 계곡을 가로지르는 다리가 나타난다. 다리에서 바라보는 계곡물은 너무도 맑아 달려가 한 모금 마시고 싶은 생각마저 들게 한다. 다리를 건너니 입산 허가증을 검사한다. 왜 이곳에서 검사하는지는 모르겠지만 사연이 있지 않나 싶어 조용히 입산 허가증을 제시했다. 검사원은 형식적으로 확인하더니 가도 된다고 한다.
이제부터가 시작인가 싶어 마음의 준비를 한다. 그런데 가도 가도 평지를 걷듯 고비가 없다. 약간 아쉬워하는 차에 쉬어 갈 수 있도록 의자들을 만든 나무들을 발견한다. 몇몇은 벌써 곰배령을 찍고 내려오다 쉬고 있는 듯 시원하게 물도 마시고 이야기도 하며 즐거운 모습이다.
그곳을 지나쳐 좀 더 가니 즐비해야 할 나무보다도 바닥이 눈에 가깝다. 고개를 들고 보니 오르막이다. 등산의 묘미는 오르막이니 이제부터 시작이다 싶어 열심히 오른다. 숨이 차오르고 땀이 방울 저 떨어질 때쯤 주변엔 산나물들이 지천으로 널려 그들만의 꽃을 피워 자태를 뽐내고 있다. 아직 정상도 아닌데 이곳에 머물다 내려갈까 하는 마음도 든다. 숨이 차니 사진을 찍을 생각도 없이 계속해서 올라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