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집권 자민당의 총재 선거에 출마한 스가 요시히데 관방장관이 9일 도쿄 자민당 본부에서 열린 청년·여성국 주최 토론회에서 손을 흔들고 있다.
EPA=연합
'스가 1강'
최근 아베 총리의 갑작스런 사임 발표에 이어 일본 자민당 총재 선거가 돌아가는 모습을 두고 한 일본 언론은 이렇게 표현했다. 아베 정권의 독주를 두고 '아베 1강'이라고 부르던 것을 딴 것이다.
사임발표 당일부터 각 파벌의 움직임이 급박하게 돌아갔고, 불과 수일만에 스가 요시히데 관방장관의 압승을 결정지었다. 주요 7개 파벌 중 5개가 스가 지지로 몰려버렸기 때문이다.
14일 열리는 자민당 총재선거에서 스가 장관은 이미 전체 투표수의 약 70%를 차지할 것이라는 게 주요 언론의 보도이다. 이제 '스가 총리'는 기정사실처럼 돼버렸다.
한일관계가 사상 최악이라고 하는 요즘 일본 총리가 바뀐 만큼 한일관계도 개선될 지 모른다는 기대의 목소리도 들리지만, 연일 "아베 정권을 계승하겠다"는 그의 발언을 들으면 다음 정권에서도 달라질 게 없어보인다.
그런 가운데 한일관계 전문가 호사카 유지 세종대 교수는 "당장은 어렵지만, 총리로서의 입지가 다져지면 달라질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주변 인물들을 분석해보면 나름 '친한파'들이 적지 않다는 것이다.
선거를 하루 앞두고 스가 장관이 다른 쟁쟁한 후보들을 제치고 갑자기 부상한 이유, 스가 시대 한일관계의 전망, 전열을 정비한 일본 야당의 가능성 등을 호사카 교수에게 들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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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베 정권의 비리를 감출 수 있는 자는 스가밖에 없다"
- 스가 장관이 다음 총리가 될 것이라고 예상한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아베 총리가 그를 민 이유는 무엇일까.
"모리토모학원 비리 문제, 가케학원 스캔들, 벛꽃보는 모임 문제 등 아베 정권을 괴롭혀왔던 비리가 여럿 있다. 하나는 벌써 재판이 시작됐고 아베 총리도 곧 참고인으로 불릴 가능성이 있다. 그런데 검찰측과 두터운 신뢰관계가 있는 사람은 스가 장관뿐이다."
- 그럼 결국은 자신의 비리를 감추기 위해서인가.
"아베 관점에서는 그거라고 생각한다. 그것밖에 없다."
- 가장 먼저 스가의 손을 든 니카이 간사장의 역할이 커 보인다. 이후 대부분의 파벌이 스가 지지로 몰려버렸다.
"간사장은 당의 돈을 움직일 수 있고 국회의원들의 공천을 1차적으로 결정할 수 있는 사실상 자민당의 대표 자리다. 니카이는 이미 4년을 연임했지만 한번 더 하고 싶은 욕망을 가지고 있었다. 그런데 아베가 기시다 후미오 정조회장을 포스트아베로 점찍고 그를 간사장 자리에 앉힌다는 얘기가 나돈 것이다. 니카이는 스가를 활용할 수밖에 없었다."
- 항상 아베편이었던 기시다는 팽 당한 형국이다.
"지난 4월에 기시다가 코로나19 긴급지원금 1세대당 30만 엔씩 지급하자고 제안한 적이 있었다. 이것이 니카이의 개입으로 1인당 10만 엔 지급으로 바뀌어버렸다. 각료회의 결정은 한번 정해지면 보통 바뀌지 않는데 그게 바뀌어버린 것이다. 게다가 자민당과 연립정권을 이루는 공명당이 아베에게 1인당 10만 엔으로 하지 않으면 연립에서 이탈하겠다고 협박을 했다. 니카이와 공명당은 연합 관계다. 이때부터 기시다의 총리 자격이 의심을 사기 시작했다. 그것을 아베가 금방 알아차리고 기시다의 얼굴로는 다음 선거가 불리하다는 계산을 해버렸다."
- 또 한명의 유력 후보 이시바 시게루 전 간사장은 파벌싸움에 밀려 이번에는 어렵게 됐지만 여전히 국민 지지율은 높다. 그에게도 앞으로 기회가 있을까.
"아베에게 있어서 또 하나의 걱정은 바로 이시바였다. 그는 지금도 아베의 비리를 철저하게 규명해야 한다고 계속 얘기하고 있고, 아베가 일본 민주주의의 근간을 파괴시켰다고 주장한다. 아소 타로 부총리도 자신이 총리를 하다가 민주당에게 정권을 넘겨준 적이 있는데 당시 이시바가 엄청 세게 비판을 했다. 둘 다 이시바에게 개인적인 원한이 있는 것이다. 혹시 이시바가 된다면 자신들은 정치적으로 매장된다는 우려 때문에 스가를 밀어준다는 식으로 움직인게 사실이다."
- 이시바 개인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
"이시바는 기독교 신자이고, 야스쿠니 신사에 있는 14명의 A급 전범들을 완전히 분사시키겠다는 얘기도 하고 있고, 한국·중국과의 우호적 외교관계를 말하고 있다. 헌법9조를 개정해서 일본군을 부활시킨다는 것은 아베와 비슷하지만 근저에 있는 사상이 평화사상이고 극우와는 궤가 전혀 다르다. 그가 된다면 한일관계 개선에 대해서 어느 정도 기대할 수 있다. 정확하게 아베의 비리를 다시 한번 조사해야 한다고 말하기 때문에 국민적인 인기도 얻고 있다. 1년 후 총재선거에서는 기회가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