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이 청원은 87만 명 이상의 동의를 받아 인기 1위를 달리고 있다(12일 기준, 14일 현재 89만 명 이상).
백악관
작성자는 서두에서 "문재인에 대한 기소 및 체포 명령의 근거는 마두로에 대한 기소 및 체포 명령보다 훨씬 중대하다"고 주장했다. 열혈 반미투사인 우고 차베스 전 베네수엘라 대통령의 후계자로 2013년 대통령에 취임한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보다 문재인 대통령을 기소·체포하는 게 시급하다고 말한 것이다. 작성자는 그 이유로 세 가지를 제시했다. 첫째는 아래와 같다.
"문재인은 중국 바이러스를 미국에 몰래 유입시키는 일의 배후에서 몸통 역할을 수행함으로써 미국 국민들에 대한 대량학살 범죄를 저질렀다.(First, Moon Jae-in has committed a CRIME of massacre of the American people by acting as the main body behind the smuggling of the ChinaVirus into the United States)."
둘째는 문재인이 대한민국 국가주권을 불법 찬탈해서(illegally usurping the national sovereignty of the Republic of Korea) 한미동맹을 위태롭게 했다는 것이고, 셋째는 그가 북한·중국 및 지하세력(deep state)과 결탁해서 인도·태평양 안보를 전복하고 무너뜨리고 있다(permanently collapsing)는 것이다.
이중에서 셋째는 문 대통령이 미국의 세계전략을 교란하고 있다는 인상을 풍긴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정력적으로 추진하는 중국 견제 전략인 인도·태평양 전략에, 마치 문 대통령이 장애물인 듯이 말하고 있다.
코로나 사태에다가 흑인 시위 및 경제위기 등으로 정신없는 미국인들이 이런 청원에 관심을 가질 가능성은 높지 않다고 본다. 그들이 동의를 누를 가능성 역시 마찬가지다. 그런데도 이 청원은 14일 오전 11시 현재 89만 명 이상의 동의를 받았다(89만1767명). 미국 국민들이 아닌, 일부의 한국인 극우세력이 여기에 전략적으로 동의를 표하고 있다고 추정해도 틀리지 않을 것이다.
역적 김자점의 유언비어, 청나라에 퍼지다
약 370년 전에 역적 김자점도 비슷한 '청원'을 한 일이 있다. 임진왜란 4년 전인 1588년 출생한 김자점은, 1645년에 당시 소현세자가 의문의 죽음을 당한 뒤 소현세자 가족에 대한 강력한 처벌을 주장하는 등의 방법으로 인조 정권에서 위상을 높이고 영의정 자리에 올랐다.
인조의 강력한 신임으로 정권 실세가 된 김자점은 1649년에 인조가 죽고 효종이 즉위하면서 권력 중심부에서 주변부로 밀려났다. 효종이 즉위하고 권력 핵심부가 새로 꾸려진 뒤인 1650년에 김자점은, 요즘 말로 하면 국정농단과 부정부패 등의 이유로 유배를 가게 됐다.
이 상황에서 그가 생각해낸 비장의 카드가 있었다. 바로 효종 정권을 곤란케 할 목적으로, 역관 이형장을 통해 청나라에 유언비어를 유포하는 것이었다.
효종 3년 3월 23일자(음력, 양력 1652년 4월 30일자) <효종실록>에 따르면, 김자점이 퍼트린 유언비어는 '조선 조정이 재야 학자(원문 표현은 산림지인 山林之人)들을 등용하고 화의(和議)를 배척하려 한다'는 것이었다. 효종이 재야 세력과 연대해 새로운 정권을 꾸리고 청나라와의 강화조약 혹은 동맹관계를 훼손하려 한다는 내용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