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폭력을 다룬 JTBC 드라마 '아름다운 세상'
JTBC
아이를 돌려보내고 정해진 절차에 따라 교감, 교장선생님에게 보고를 하고 교육청에 학교 폭력 사안 접수 보고 공문을 보냈다. 그리고 관련 학교에 조사 요청 공문을 보내고 A중 학교폭력 담당 선생님과 통화를 했다. 선생님은 △△이가 여러 친구가 보는 데서 선배에게 맞은 것에 대해 부모님이 화가 많이 나셨고, 그냥 넘어갈 수는 없다고 하셨다고 했다. 해결이 쉽지 않겠구나 싶었다.
다행히 뺨을 맞은 다른 중학교 아이는 자기도 ○○이에게 욕하고 위협한 잘못을 했으니, 서로 용서하고 아는 체 안 하고 지내기를 원한다고 했다. 한쪽이라도 원만한 해결의 가능성이 보여 다행이었다.
이후 몇 차례의 우여곡절을 겪은 끝에 서로 사과하고 아는 체 안 하기로, 또 발생하면 그때는 바로 교육청 학교폭력 대책 심의위원회에 바로 넘기기로 약속하는 선에서 학교장 자체 종결 처리하기로 하였다. 학교폭력 전담기구를 열기 전 ○○이를 다시 불렀다.
"○○아, 학교장 자체 종결이 뭔 소린지 아니?"
"네. 없던 일로 한다는 거잖아요."
"꼭 그런 건 아닌데... 아무튼 이번에 △△이가 널 괴롭힌 것에 대해 용서하고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 의미라고 생각하면 돼. 물론 또 괴롭히면 그때는 다시 신고해도 돼. 그런데 너 △△이와 모른 체하고 지내기로 했잖아 그게 가능할까?"
"모르겠어요. 걔 친구가 제 친구들이고..."
"선생님도 그래서 걱정이다. 네 어머니나 △△이 어머니도 모두 다시 이런 일이 생기면 그때는 더 일절 용서하지 않겠다고 하셨거든..."
○○이에게 혹시 △△이가 또 괴롭히면 바로 이야기하라고 신신당부를 하고 돌려보냈다. 어제 학교폭력 전담기구를 열어 학교장 자체 종결처리를 해서 이번 학교폭력 건은 마무리 지었다.
학교폭력 건을 비교적 원만히 처리했는데도 마음이 개운하지 않았다. 아이들이나 부모 모두 서로 엮이지 말고 아는 체 않기로 했지만, 아이들 친구 관계나 아이들이 가는 곳이 뻔한 지역임을 감안할 때 그건 불가능해 보였다. 문제를 해결한 것이 아니라 가능하지 않은 조건으로 그냥 넘겼을 뿐이라는 생각이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다시 학교폭력이 일어날 것 같은 불안감을 떨칠 수가 없었다. 만일 또 학교폭력이 일어난다면 그때는 화해와 용서는 없고 서로 간의 불신과 미움 그리고 처벌뿐일 것 같아 걱정됐다.
학교폭력을 보다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해선 아이들의 관계를 회복시켜야 하는데... 어떻게 회복시킨단 말인가? 솔직히 잘 모르겠다. 내가 어떻게 해야 하는지. 일하다 보면 학교폭력을 해결하는 것이 아니라, 그저 '땜빵'만 할 뿐이라는 자괴감이 들 때도 있다. 특히 이번 건처럼 타학교와 연결된 건의 경우는 더 그렇다.
참고할 만한 자료를 찾아 읽어보고, 상담 선생님과 이야기해 봐도 딱히 해결책은 보이지 않는다. 핑계를 대고 싶진 않지만, 현실적 한계를 인정하지 않을 수도 없다. 그렇다고 현실만을 탓하고 있기엔 아이들은 너무 아름답고 중요한 시간을 보내고 있다.
한참을 무력감에 허우적대다 난 어려운 문제에 집착해 일을 망치기보다는 내가 당장 할 수 있는 일부터 하기로 했다. 아이들 이야기 '오래 듣기'. 지치지 않고 오래 듣다 보면 아이들이 마음을 열어주지 않을까? 그러다 어쩌면 관계 회복을 위한 돌파구가 보이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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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소재 중학교에서 근무하고 있는 교사입니다. 또 학교에 근무하며 생각하고 느낀 바를 쓰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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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학교폭력이 생길 것 같은 불안감, 난 뭘 해야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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