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10월 31일 오전 서울 중구 사회적참사 특별조사위원회 회의실에서 세월호참사 구조수색 적정성 조사내용 중간발표 기자간담회가 열리고 있다.
이희훈
지난해 10월 31일 사회적참사특별조사위원회(사참위)는 전씨의 아들 임경빈군이 세월호 참사 당일인 2014년 4월 16일 응급처치로 맥박 등 바이털사인(활력 징후)이 돌아왔지만 헬기로 이송되지 못하고 끝내 목숨을 잃었다고 밝혔다. 경빈군은 헬기로 20분이면 갈 수 있었던 거리를 4시간 40여 분 동안 함정을 갈아타며 이동하던 중 사망했다. 이후 검찰은 지난해 11월 6일 세월호 참사 특별수사단을 꾸렸다. 아들의 사망 과정을 영상으로 직접 확인한 경빈엄마 전씨는 그때부터 "'내 아들을 왜 죽였는지 꼭 알고 싶다. 억울하고 분통해서 절대로 용서 못 하겠다"라면서 "살인 지시를 한 자, 지시를 따른 자 모두 살인자다. 대통령의 이름으로 살인자를 찾아내라고 명령 내려 달라"라는 피켓을 들고 1인 시위를 이어갔다.
검찰 특별수사단은 지난 2월 김석균 전 해양경찰청장 등 해경 지휘부 11인을 업무상 과실치사 및 과실치상, 직권남용권리행사 방해, 허위공문서작성 및 동행사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그러나 검찰은 경빈군의 헬기 이송지연 의혹에 대해 "향후 혐의 유무 확정까지 상당한 시일이 필요할 것으로 판단해 구조 지휘 책임과 관련된 부분을 먼저 기소했다"라고 말해 관련 수사가 진행하지 않음을 우회적으로 밝혔다.
7일 경빈엄마 전씨는 청와대 피케팅 300일을 맞아 시민들과 함께 '문재인 정부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 약속이행 촉구'를 위한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앞서 <오마이뉴스>는 청와대 앞에서 1인 시위를 진행하는 경빈엄마 전인숙씨를 따로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
"문재인 대통령, 원망스럽다"
전씨는 이날 문 대통령이 세월호 참사와 관련해 지금까지 쓴 글을 프린트해 자보로 만들어 1인 시위를 함께 진행하는 시민들과 함께 몸에 걸었다. 그는 "문재인 대통령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 말이라도 해주면 좋은데 지금까지 아무런 응답도 없다"라면서 "현재 가장 우려되는 바는 차기 정권(창출)을 위한 수단으로 세월호를 정치적으로 이용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벌써 참사 이후 7년째다. 피해자 가족들은 정말로 먹는 것도 힘들고 그렇다고 잠도 제대로 잘 수 없다. 이 사인을 더 끌고 가는 건 아니지 않나. 문재인 정부가 탄생하고 나서도 정말로 이렇게 진상규명이 오래 걸릴 거라곤 상상도 못 했다."
검찰 특수단이 만들어졌지만 수사 속도는 가족들의 기대에 전혀 미치지 못했다. 결국 경빈엄마를 포함한 세월호 참사 희생자 가족들은 지난 4월 세월호 참사 6주기를 맞아 "공소시효가 1년도 남지 않았다"면서 대통령 직속 특별수사단 설치와 관련 부처 수사협조 지시 및 국정원 등 수사보장을 요구하며 세월호 참사 전면 재수사를 요청하는 청와대 청원을 진행했다. 21만 6100여 명의 국민이 청원에 동의해 청와대 답변 요건을 갖췄다.
청와대의 답변은 가족들의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청와대는 지난 6월 1일 "사참위와 특별수사단에서 각각 진상규명을 진행하고 있다"라는 이유로 "대통령 직속으로 수사단을 설치하는 것은 수사의 중립성, 객관성 차원에서 신중을 기할 필요가 있다"라면서 거부 의사를 밝혔다.
경빈엄마 전씨는 "왜 피해자들이 국가로부터 진상규명에 관한 답을 듣는 게 이렇게나 어려운 일인지 모르겠다"면서 "시간이 갈수록 문 대통령에 대한 원망의 마음이 자꾸 쌓이고 있다. 분명히 진상규명을 수없이 약속했는데 너무나도 해결이 안 되고 있다. 그게 너무 답답하다"라고 긴 한숨을 쉬며 말했다.
"진상규명만 되면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