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년 전 협궤열차가 다녔던 구 소래철교 옆 신 소래철교에 수인선 전동열차가 지나가고 있다. 오는 12일이면 수인선 전 구간이 47년 만에 표준궤로 개궤되어 재개통한다.
박장식
1973년 남인천-송도 구간의 폐선, 그리고 1995년 안산 한대앞-수원 구간 영업중지 이후 무려 47년 만에 수인선이 완전한 모습으로 돌아온다. 일반 열차에 절반 폭에 불과했던 협궤열차는 널찍하고 편리한 광역전철이 되고, 용인을 거쳐 여주까지 이어졌던 선로는 이제 분당을 거쳐 서울 방향으로 이어진다.
오는 12일 수원역에서 안산 한대앞역을 거쳐 오이도까지의 수인선 구간이 개통되면서, 2012년 첫 구간인 송도-오이도 구간이 개통된 후, 8년 만에 전 구간의 개통이라는 기쁨을 안게 되었다. 이번 개통에는 18.9km에 달하는 구간에 고색역, 사리역, 어천역 등 5개 전철역이 개업해 운영된다.
특히 해당 구간의 개통과 함께 수인선은 수원역에서 분당선과 한 노선으로 이어진다. 인천에서 안산과 수원, 그리고 용인과 성남, 서울 동부를 잇게 될 수인·분당선 노선은 마치 수도권을 반 바퀴 두르는 듯한 모습이다. 넓어진 차의 폭만큼, 수도권에서 새로운 노란색 노선이 차지하게 될 위치도 넓어질 전망이다.
발 두 폭짜리 협궤열차, 도시화에 밀려나다
수인선은 1937년 인천항 앞 남인천역에서 소래, 수원을 잇는 762mm 너비의 협궤철도로 개통했다. 이미 완성된 수원-이천-여주 간 협궤철도인 수려선과 이어지며 이천과 여주의 쌀, 그리고 소래염전의 소금을 인천항까지 운송해 일본으로 수탈하고자 했던, 그리 유쾌하지는 않았던 목적을 지녔다.
해방 후 수인선은 여느 열차와는 다른 매력이 있는 '꼬마열차'로, 그러면서도 경기 남부 지역 주민들의 삶과 애환을 안고 달리는 열차로 이름을 알렸다. 도로 교통이 발달하기 전에는 어른 발 두 개가 올라가는 선로 위에, 자리에 마주 앉으면 서로의 무릎이 닿을 정도로 좁다랬던 열차가 얹어져 두 지역 사이를 오고 가곤 했다.
협궤철도로 운행할 당시 수인선은 인천항에서 수원역까지 2시간 30분이 걸렸다. 좁은 데다 관리도 원활치 못했던 선로 탓에 농로 위를 달리는 버스마냥 멀미가 날 정도로 덜컹거렸던 열차는 지역의 소중한 발이자, 가장 빠르게 다른 곳으로 이동할 수 있는 사람과 물류의 중심이 되었다. 그러니 예순 명 정원의 넉 량의 디젤동차가 운행하는가 하면, 열차의 운행 횟수는 하루 일곱 번에 달하기까지 했다.
하지만 도로교통이 발달하면서 속도가 느린 데다, 힘도 약해 안정적으로 운행할 수 없었던 협궤철도가 차지하는 위치는 점점 좁아지기 시작했다. 1970년에는 한 노선처럼 이어졌던 수려선이 영동고속도로의 개통에 밀려 역사 속으로 사라졌고, 1973년에는 남인천에서 송도 사이의 구간이 인천 도심의 도시계획에 따라 폐선되었다.
그럼에도 저렴한 요금은 수인선을 계속 운행케 한 원동력이었다. 아직은 건재했던 1991년 기준, 수인선의 기본요금은 당시 지하철보다도 3분의 2가 저렴한 160원이었다. 그러니 운행 횟수가, 구간이 줄어도 젓갈을 담그러 포구 앞 장에 나가는 노인, 용돈 한 푼이 아까운 학생은 적잖은 시간을 기다렸다 열차를 이용하곤 했다.
그러나 인천과 수원 사이도 점점 도시화가 진행되며 협궤열차가 설 자리를 잃었다. 인천, 시흥 일대의 바다가 매립되어 역전이 항구에서 뭍이 되어버렸다. 그러니 항구에서 잡아 올린 해산물을 싣고 오가기에도 무리였다. 안산도 도시화가 진행되며 안산, 고잔 등에서 서울로 바로 갈 수 있는 전철인 안산선이 개통하기까지 했다.
대체 교통수단이 왕왕 생겨나자 도시화가 진행되었다. 도시는 느리고, 낙후된 수인선을 잘라냈다. 1992년에는 인천 남동지구 개발로 송도역에서 소래역까지의 구간을 폐선하고 셔틀버스로 대체했다. 1994년에는 안산선의 운행, 도로교통의 발달로 수요가 줄어들었다는 명목으로 소래-고잔-안산 한대앞 구간도 운행을 중단했다.
마지막 남은 안산 한대앞-수원 사이의 구간도 수인산업도로 등의 간선도로망에 밀리고, 버스에 수요를 뺏겼다. 결국 1995년의 마지막 날 운행을 중단했고, 그렇게 한국의 마지막 협궤 열차가 사라졌다. 철도청이 '선로를 표준궤로 개량한 뒤 인천과 수원 사이의 전 구간을 다시 운행하겠다'는 약속을 남긴 채 말이었다.
IMF 탓에 17년만 재개통... 12일부터는 42년만 완전 부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