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전공의 고발 조치로 의료계가 '무기한 총파업'으로 맞선 가운데 8월 30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서울대학교병원에서 내원객이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의사들이 '파업'을 하는 나라, 과연 자유민주주의다. 대한민국 헌법에 나오는 자유민주주의란 무엇보다 '돈벌이'의 자유를 기본으로 하기 때문이다. 의사들이 돈벌이나 특권에 지장이 올 것 같기에 공공의료 확충이나 의사 정원 수 확대에 목숨 걸고 반대한다. 원래 파업이란 임금종속성을 가진 노동자들이 집단으로 노동을 거부하는 일이므로, 엄밀히 말해 '의사 파업'이란 형용 모순이다.
게다가 돈벌이의 자유를 침해당한다고 집단 목소리를 내기 위해 휴진? 이것도 자유라 치자. 그러나 코로나19의 무차별 재확산 속에 응급환자들이 진료 및 치료를 받을 곳을 못 찾아 죽어간다면? 이 상황에서는 '자유'를 말할 수 없다. 타인의 죽음을 빤히 내다보며 자신의 세속적 이익을 추구하는 것은 자유가 아니라 방종이며, 단순 윤리 문제가 아니라 범죄가 될 수 있다.
의사들이 첫 출발 때 하는 '히포크라테스 선언'이 있다. 이 선언문엔 이런 구절들이 있다. "나는 내 능력과 판단에 따라 환자의 이익이라 간주되는 섭생의 법칙을 지킬 것이며, 심신에 해를 주는 어떤 것들도 멀리하겠노라." 또 "청렴과 숭고함으로 내 인생을 살 것이며 내 의술을 펼치겠노라." 그 끝맺음은 이렇다. "내가 이 맹세를 깨뜨리지 않고 지낸다면, 그 어떤 때라도 모든 이에게 존경을 받으며 즐거이 의술을 펼칠 것이요, 인생을 즐길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내가 이 맹세의 길을 벗어나거나 어긴다면, 그 반대가 나의 몫이 될 것이다."
그러나 불행히도 이번 의사들의 집단휴진 속에 일부 응급환자들이 목숨을 잃었다. 집단휴진이 많아 치료받을 병원을 제때에 찾지 못한 것이다.
8월 26일 밤, 부산 북구에서 40대 A씨가 약물을 마셔 위독하다는 신고가 들어왔다. A씨는 경찰 음주단속에 적발되어 경찰관과 함께 치안센터로 향하다 "잠시 볼일이 있다"며 집에 들른 뒤 갑자기 살충제 성분이 든 약물을 마시고 쓰러졌다. 119구급대는 A씨를 구급차에 태운 채 위세척이 가능한 병원을 찾았지만 계속 허탕을 쳤다.
구급대는 1시간 이상 부산·경남지역 대학병원 6곳과 2차 진료병원 7곳에 20여 차례나 긴급 문의했지만, "인력 부족 등으로 환자를 받을 수 없다"는 답만 들었다. 구급대는 1시간 30분이나 지난 27일 오전에야 부산이 아닌 울산대병원에서 치료받을 수 있음을 파악했다. A씨가 울산대병원 응급실에 도착한 건 다시 1시간 뒤였다. 구급대 첫 신고 접수 후 3시간이나 지난 뒤였다. 응급처치로 심폐소생술과 저체온요법 등을 써봤지만, 소용없었고 A씨는 중태에 빠졌다. 그날 오후에 A씨는 숨지고 말았다. 이미 독극물이 체내에 크게 퍼져 너무 늦었던 셈이다.
또 다른 사례도 있다. 경기도 의정부에서 8월 28일 오전, 30대 남성 B씨에게 심정지 가 왔다. 그는 치료받을 병원을 찾지 못해 사망하고 말았다. 가족과 119 구급대는 의정부 시내 4개 병원이나 문의했지만 '수용 불가'였다. 구급대는 약 18㎞ 떨어진 양주시의 한 병원으로 향했고, 사고 발생 1시간 이내에 응급실에 도착했지만 이미 B씨는 사망했다. 평소 같으면 대한민국에서 상상이 불가능한, 실로 어이없는 일이다.
코로나19 환자들이 급증하는 가운데, 확진 판정을 받고도 마땅한 입원 병상이 없어 집에서 대기 중 일가족 전체가 코로나에 감염된 일도 있다. 경기도 파주시다. 처음엔 남편 C씨가 방역 수칙을 잘 지키며 살았는데 경로도 모르게 코로나 확진 판정이 났다. 인근 병원에 병상이 없어 자택에서 격리 생활을 하던 중 아내 D씨는 물론 10개월 및 40개월 자녀 둘도 감염되었고, 함께 살던 D씨의 친정어머니까지 감염되고 말았다. 방역당국에 따르면 최근 하루 수백 명의 확진자 급증으로 이 5명 가족을 위한 '맞춤형 병상'도 제공되기 어렵다. 이 가족은 일주일 가까이 입원도 못한 채 패닉 상태에서 해열제로 버티다가 마침내 병원 두 곳에 나눠 수용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