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탄소년단 '다이너마이트' 티저 사진.
연합뉴스=빅히트엔터테인먼트 제공
노래가 끝나고 DJ의 소개를 통해 이 곡이 방탄소년단(BTS)의 신곡 <다이너마이트>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참으로 오랜만에 한 곡을 무한반복으로 듣게 되었고, 버스 정류장을 지나치는 사태까지 벌어졌다. 그리고, 슬금슬금 BTS의 다른 노래들을 찾아 듣기 시작했다.
예전 서태지의 음악을 즐기지 못하던 아버지를 보며, 나는 나이가 들어도 최신 곡을 꿰고 있을 거라고 단언했었다. 그러나, 아버지의 나이가 되었을 때, BTS의 노래를 즐기지 못하는 나를 발견하고, 하늘에 계신 아버지에게 사죄의 말씀을 올렸었다.
역시 사람은 그 나이가 되어보지 않고, 미래의 일에 대해서 단정을 지으면 안 된다. 그리고, 나는 소망한다. 광복절날 일장기를 들고 거리로 나가는 행동을 하지 않는 분별력이 생의 마지막 순간까지 남아 있기를...
퇴근 후, 동갑내기 아내에게 BTS의 신곡을 들려주었고, 며칠 후 출근길에 아내가 톡을 보내왔다.
"BTS 빌보드 핫 100 1위, 팝 역사를 새로 쓰다."
코로나에 장마에 태풍에, 폭염에, 미세먼지에 신의 이름을 빌려 더러운 욕망을 채우려는 존재들에 의해 지친 몸과 마음이 치유되는 느낌이 들었다. 뒤이어 여성호르몬이 용솟음치는 나이에 걸맞게 버스 안에서 눈물을 찔끔 흘렸다. 그리고, 아재답게 IMF 시절 맨발의 박세리와 하이킥의 박찬호의 분투를 통해 위로를 받던 시절을 떠올렸다.
선진국의 완성은 경제, 군사력뿐만 아니라 문화라는 마지막 퍼즐이 필요하다. BTS가 문화강국의 한 축을 담당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지 않을까? 삶의 질은 물질로 어느 정도는 향상 시킬 수 있지만, 우리의 정신을 채우는 것은 음악을 비롯한 문화일 것이다.
이 노래들이 없었다면
살아온 반 백 년 가까운 시간을 돌아보니, 삶의 고비마다 위로가 되어준 노래가 있었다.
학창 시절에는 끝없는 사막처럼 펼쳐진 야자(야간자율학습) 시간에 오아시스가 되어준 <세상에 뿌려진 사랑만큼>이 있었으며, 사람이 더워서 죽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게 한 94년 여름의 신병 훈련소에서는 <날개 잃은 천사>가 있었다.
어학연수를 다녀오고도, 100번 넘게 서류전형에서 탈락한 IMF 시절의 마이 히든트랙은 <서른 즈음에>였으며, 물리적으로 완벽한 노총각에 접어든 나이에 맞이한 이별의 순간, 자취방의 BGM이 되어준 알리의 <365일>이 있었다.
40대의 나이에 좌천이 되어 아내 몰래 눈물 흘리며, 매일 밤 듣던 해철이 형의 <민물장어의 꿈>이 없었다면 글을 쓰는 나는 없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