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토리미디토리협동조합
미디토리협동조합
- '퍼블릭액세스'라는 생소한 단어가 등장했습니다. 알고 보니 미디토리는 부산의 퍼블릭액세스 팀으로부터 시작되었더군요?
"맞아요. 미디토리는 부산에서 '퍼블릭액세스' 제작을 도왔던 사람들이 모여서 시작된 조직이에요. '퍼블릭액세스'는 쉽게 말하면, 공중파 방송 채널에 광고주나 자본이 개입하지 않고 시민들이 직접 만드는 방송을 내보낼 수 있게 하자는 흐름이고, 국내에서는 2000년 초 관련 법이 통과되면서 시민방송 송신권이 생겼어요. 하지만 TV에 방송을 내보내려면 영상 기술이 필요하잖아요? 그래서 '퍼블릭액세스' 제작지원 팀을 만들었고, 이 활동을 안정적인 사업으로 할 수 있도록 조직을 만든 것이 바로 미디토리협동조합입니다."
- 조직에도 다양한 형태가 있잖아요. 특별히 '협동조합'을 선택한 이유가 있을까요? 각자 독보적인 개성이 있는 만큼 1인 1표제로 의사결정을 하기는 쉽지 않을 수 있을 텐데요.
"협동조합을 일부러 선택한 것은 아니고, 이미 미디토리 운영방식이 협동조합 그 자체였어요. 저는 대학교 행정직, 중소기업을 거쳐서 미디토리에서 커리어를 이어오고 있는데요. 대학교도 대기업처럼 뭐 업무 하나 하려면 결재라인이 쫙 있고, 중소기업은 대표가 마음대로 운영하고, 그런 회사에서만 일하다가 미디토리를 왔더니 정말 다른 조직인 거예요(웃음). 지금 시민사회에서 어떤 이슈가 중요하냐 이런 거 얘기하고. 각자 공부해온 것 펼쳐놓고 이게 맞네, 저게 맞네 막 토론하고. 아니, 회사에서 맨날 이렇게 이야기만 하는 게 도대체 무슨 업무지? 이런 생각을 했었는데.
협동조합 7대 원칙 가운데 민주적인 관리, 경제적 참여, 자율과 독립 이런 말이 있어요. 누가 얼마나 올바른 생각을 설득력 있게 말하느냐에 따라서 의사결정이 되고, 또 지역하고 같이 발전과 연대를 지향하고 하는 것. 그리고 주식회사가 아니니까 누가 투자금 갖고 있다면서 사업 방향에 개입하지도 않고. 이런 요소들을 따져보니 미디토리가 협동조합이라는 옷만 안 입었을 뿐, 이미 협동조합이구나라고 깨달아서 자연스럽게 조직체를 결정했죠."
- 자연스러운 흐름이었네요. 만약 미디토리 내부에서 작업의 우선순위, 또는 가치관이 충돌하는 경우에는 어떻게 의견 조율을 하시나요? 이 작업을 할 것인지 말 것인지, 팀원 간 의견이 불일치한다면요?
"제가 처음 와서 보니까 막 겁나게 싸우데요. 막 대놓고 싸우고, 어느 조직이든 겪을만한 갈등을 다 겪었는데. 그렇게 싸워가면서 점차 민주적으로 회의하는 방식을 배운 것 같아요. 누가 퍼실리테이터 교육과정을 듣고 오면 의견 수렴하는 방법 적용해보고, 포스트잇 붙여가면서 이야기하기도 하고요. 그리고 팀원마다 두드러지는 역할이 하나씩 있어요. 촬영∙편집∙디자인 기획, 이런 식으로? 그래서 담당자의 의견을 가장 중요하게 여겨요. 고민을 가장 많이 한 사람이니까. 그래서 그 사람 의견을 주로 따르되 옆에서 힘을 보태주거나 하면서 다양한 업무를 소화하고 있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