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의 마음' - 공감하고 관계 맺고 연결하는, 이지은(지은이)
더라인북스
그래서다. 12년 차 출판 노동자 이지은 편집자가 쓴 <편집자의 마음>이라는 책이 눈에 들어온 것은. 게다가 이 책은 1인 출판사 더라인북스에서 냈다. 프리랜스 번역가로도 활동하는 함혜숙 <오마이뉴스> 시민기자가 대표인 곳이다. 함 시민기자는 누구나 쓸 수 있는 연재기사 '책이 나왔습니다'에 자신이 펴낸 책의 출간 소식을 알리며 이렇게 썼다.
"나는 출판사에 다니며 체계적으로 편집을 배운 게 아니라서 늘 배움에 목말랐다. 편집자의 역할은 어디까지인지, 어떻게 공부하는지, 어떻게 사는지 등등 궁금한 게 너무나도 많았다. 내가 제일 먼저 찾을 수 있는 선배는 책이었다. '출판과 편집'과 관련된 책들을 하나씩 찾아 읽으며 출판 관련 세미나나 강좌를 들었다."
뭐야, 이거 내 이야기잖아. 나 역시 편집기자 일을 미리 배우고 입사한 게 아니라 늘 배움에 목말랐다. 궁금한 게 너무 많았다. 내가 이래도 되는 건지, 정체되고 있는 건지, 성장하고 있는 건지 알 수 없어 늘 안절부절못했다. 그래서 강의를 찾고 책을 찾아 읽었다. 불행이라면, 편집자 책은 언제라도 손 뻗으면 닿을 위치에 있었지만, 편집기자 일, 특히 나처럼 일하는 사람의 글은 찾기가 어려웠다는 거다. 온라인 서점에서 '편집기자'로 검색한 결과가 증명하듯.
"편집자의 삶은 어떤 면에서는 번역가의 삶과 비슷했다. 저자나 원작보다 앞에 나설 수 없고, 보이지 않는 곳에서 치열하게 일해야 한다는 점에서 말이다. 편집자의 삶과 편집의 세계가 더 궁금해졌다. 더 자세히, 더 가까이 들여다보고 싶었다. 편집자의 입장에서 얘기를 들어 보고 싶었다."
편집자들을 보면서 편집기자인 내가 생각했던 걸, 프리랜서 번역가인 함혜숙 시민기자도 비슷하게 여겼다는 게 신기했다. 일의 영역이 다른데, 같은 지점에서 공감하고 있다는 게 놀라웠다. 일이란 게 내 구역, 네 구역 정해 놓고 정확히 금 그을 수 있는 것만도 아니구나. 내 일의 범위가 한뼘 넓어지는 것처럼 느껴졌다.
사람을 대하는 일도 그렇다
함혜숙 시민기자는 '이 기획의 출발은 순전히 나를 위한 책을 만드는 거였다. 편집에 문외한이었던 나를 위한 지침서를 갖고 싶었다'고 고백했다. 그의 고백을 따라 그 지침서를 한 자 한 자, 다시 공부하는 마음으로 읽었다. 한 번 읽고, 또 읽었다. 두 번째 봤을 때, '이전에는 왜 못 봤지?' 싶었던, 꼭 기억해두고 싶은 대목도 발견했다. '책 만들기 시작은 공감하기'란 제목의 글에서였다.
"앞서 편집자는 편견 없는 사람, 상대를 헤아리고 살필 줄 아는 사람이라고 했다. 이는 관심과 공감, 그리고 상대에 대한 이해를 전제로 한다. 신입들이 가장 흔히 하는 실수 가운데 하나가 있다. 바로 원고 검토서에 원고의 단점만 나열하는 것이다. 이 원고의 어디가 별로고, 어느 부분이 문제라고 A4 용지 가득 채워 놓은 보고서는 작성자를 뿌듯하게만 만들 뿐 실무에는 하등 도움이 되지 않는다. 물론 독자는 그리해도 된다. 그러나 편집자라면 보고서에 '이 날 것을 어떻게 책으로 만들어낼지' 고민한 뒤에 구체적인 방안을 적어 넣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해당 원고가 하는 말에 공감하고, 장점을 부각시키고, 단점을 보완할 방안을 머릿속에 떠올리는 게 먼저 아닐까?" <편집자의 마음>
나 들으라고 하는 말 같았다. 이 문장에서 '편집자'가 들어가는 자리에 '편집기자'를 넣고, '원고(혹은 책)' 대신 '기사'를 넣어도 하나도 어색하지 않았다. 그날 내가 기사로 처리하지 않은 몇 편의 글들에 대해 혹시 내가 단점만 생각했던 것은 아닌지, 좀 더 장점을 보려고 노력하지 않았던 것은 아닌지, 한참을 생각했다.
일을 대하는 태도는 '보고' 배우는 거다. 저자 이지은 편집자에게 한 수를 배웠다. 편집자가 아닌 나에게도 충분히 좋은 지침서가 되어 주었다. 그런데 돌아서다
생각한다. 어디 원고만 그럴 일인가. 사람을 대하는 일도 그렇다. 내가 아닌 '다른 사람이 하는 말에 공감하고, 장점을 부각시키고, 단점을 보완할 방안을 머릿속에 떠올리는 게 먼저 아닐까' 이 말이다. 쓰고 보니 일이 아니라 삶을 배웠구나.
편집자의 마음 - 공감하고 관계 맺고 연결하는
이지은 (지은이),
더라인북스,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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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편집기자. <이런 제목 어때요?> <아직은 좋아서 하는 편집> 저자, <이런 질문, 해도 되나요?> 공저, 그림책 에세이 <짬짬이 육아>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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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의 마음'에서 일 잘하는 법 대신 배운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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