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장기가 없는 손기정 사진(동아일보 2017년 8월 9일 사진의 일부를 재촬영한 것임)
동아일보
1936년 8월 25일 <동아일보>를 보던 조선총독부 관리들은 눈을 의심했다. 지난 8월 9일 베를린 올림픽 마라톤에 참가해 2시간 26분 14초라는 세계 신기록을 세우며 우승한 '황국(皇國) 신민' 손기정의 가슴에 일장기가 없는 것이 아닌가! 손기정과 남승룡은 분명히 일장기를 가슴에 꿰매달고 출발선에 섰었다. 그런데 시상대 맨 앞에 선 동메달 남승룡의 웃옷에는 일장기가 선명한데, 금메달 손기정의 독사진에 보이는 옷은 그냥 희기만 했다.
며칠 전인 8월 13일치 <조선중앙일보>와 <동아일보>에 이미 문제의 싹이 있었다. 두 신문 모두 일장기가 있는지 없는지 분간하기 어려운 손기정 사진을 게재했었다. 총독부가 문책을 하자 두 신문사는 인쇄가 잘못되어 그렇게 흐릿하게 나왔다고 변명했다. 그래서 그냥 넘어갔는데, 지금은 일장기 자체가 아예 없다.
손기정 사진에서 일장기를 없애버리다
총독부는 동아일보 사회부의 현진건(소설가) 부장, 이길용, 장용서, 조사부의 이상범(화백), 사진부의 신낙균 부장, 백운선, 서영호, 월간 신동아의 최승만 잡지부장 등 8명을 구속했다. 한국학중앙연구원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 '일장기 말소 사건'에 따르면 '이들 구속자들은 40여 일 고초를 겪은 끝에 ① 언론기관에 일절 참여 하지 않을 것 ② 시말서를 쓸 것 ③ 다른 사건이 있을 때에는 가중 처벌을 각오할 것 등의 서약서에 서명하고 풀려났다.'
그런데 국가보훈처 독립운동자 공훈록의 〈신낙균〉에는 '신낙균을 비롯하여 백운선 ‧ 이상범 ‧ 서영호 ‧ 이길용 ‧ 장용서 ‧ 현진건 ‧ 임병철‧ 최승만 ‧ 송덕수 등 동아일보 사원들이 일제 경찰에 구속되어 40여 일에 걸친 문초를 받았다'라고 기록되어 있다. 백과사전에 없는 임병철 ‧ 송덕수 2명이 추가되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