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죽 재킷에 짧은 치마를 입은 긴 생머리 아가씨가 건물 모서리에 몸을 숨기고 소총을 겨누고 있는 사진과 설명
Colman Doyle
사진에는 설명이 붙어 있다. "1972년 아일랜드에서 영국군과 교전으로 부상한 약혼자가 안전한 곳까지 차량으로 탈출할 시간을 벌기 위해 한 여성이 끝까지 싸우다 죽는다. 영국군 지휘관은 전사자가 여성인 걸 알자, 아일랜드인들이 그녀를 거두어갈 수 있도록 허락하라고 병사에게 명령했다. 그리고, '우리를 보호 안 하는 여왕을 우리는 보호하고, 이 여인은 그녀의 약혼자와 땅을 보호한다.'고 뇌까렸다…"
그러나 역사학자들과 당시 IRA 대원들은 그 사진 속 여주인공이 IRA 대원은 맞지만, 그 이야기는 훨씬 후에 흥미를 끌려고 누군가가 지어낸 허구라고 주장한다.
그러자 설정 논란이 뒤따랐다. 도일이 찍은 사진은 아니지만, 총을 든 여성 뒤로 또 다른 여성이 서 있거나, 세 명의 여성 전사가 한 남자를 수색하는 다른 사진들이 돌았다. 물방울무늬 치마 여전사와 짧은 치마에 긴 부츠를 신은 긴 곱슬머리 여성 대원이 겹친다. 벽에 낙서처럼 휘갈긴 'BRITS OUT(영국인은 나가라)'도 급조된 거 같고, 건물 벽 디자인 등 모두 비슷한 시간대에 같은 장소에서 찍은 것 같다.
1970년대 활약했던 한 IRA 여성 전사는 "만약, 실제 작전 상황에 낯선 이가 우리를 사진 찍으려 했다면 주변의 우리 대원들이 못 찍게 막았을 것이다"라고 했다. 도일 씨는 "나는 IRA 사령관으로부터 대원들 사진을 찍을 수 있는 허가를 받았다"고 반박했다.
도일 씨는 50년 넘게 아이리쉬 프레스(Irish Press), 파리 마치(Paris Match) 등에서 일한 유명한 아일랜드 출신 사진기자다. 현재 80세인 그는 아일랜드 국영방송사(RTÉ)와 인터뷰에서, 정확히 언제 어디서 찍었는지 기억은 안나지만, 분명한 건 '설정'된 사진이 아니라며 "그녀를 한번 보고 싶다"고 말했다.
그 사진은 분쟁 기간 공화국 투쟁의 상징이 되어 IRA 홍보에 많은 도움이 되었다. 긴 생머리, 짧은 치마, 총은 북아일랜드 공화국을 위해 투쟁하는 젊은 여성의 강렬한 이미지 구축에 성공했고, 전 세계적으로 IRA의 애국심에 큰 동정심을 불러 일으켰다. IRA가 선전전에서는 승리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