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현충원의 남자현 묘소(가묘)
정만진
〈암살〉이라는 제목의 영화가 있었다. 제작사 누리집은 친일파 및 밀정 처단을 주된 내용으로 하는 이 독립운동 영화를 '2015년 7월 22일 개봉, 감독 최동훈, 배우 전지현‧이정재‧하정우‧오달수‧조진웅‧최덕문 등, 관객 1270만6829명'으로 소개하고 있다.
여자 주인공 안윤옥은 5kg이 넘는 총을 들고 질주하면서 일본군과 맹렬한 전투를 벌이고, 일제 헌병과 밀정의 추적을 피하기 위해 건물과 건물 사이를 뛰어넘는가 하면, 예사로 지붕에서 땅으로 뛰어내린다. 그리고 끝까지 살아남는다. 관객 중에는 여자가 과연 그럴 수 있을까 의심하면서 "영화니까!"하고 결론을 내리기도 한다.
여성 독립지사의 활발한 의열 투쟁
하지만 우리 독립운동사에는 영화의 안윤옥 이상 가는 의열 투쟁을 벌인 여성 투사가 한둘이 아니었다. 대표적으로 알려진 여성 의열 지사는 현계옥, 안경신, 박차정, 남자현 등이다.
현계옥은 의열단 초기 상해에서 직접 폭탄을 제조하여 국내까지 반입시키는 등 맹활약을 펼쳤고, 대한민국임시정부가 파견한 결사대의 제2대에 속한 안경신 지사는 압록강을 넘어와 평양도청에 폭탄을 던졌다. 그리고 박차정은 중국 강서성 곤륜산 전투에 참전해 일제와 싸우다가 큰 부상을 입고 숨졌다.
남자현 또한 여성 의열 독립투쟁사에 큰 발자취를 남긴 인물이다. 그에 대해서는 국가보훈처 독립유공자 공훈록이 공적 평가를 내려놓았다. 건국훈장 대통령장을 받은 지사는 모두 92분인데, 여성은 남자현 지사 한 분뿐이다.(주1) 남자현 지사는 영화 〈암살〉의 여자 주인공 안윤옥의 모티브가 된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안윤옥처럼 살아서 독립을 보지 못하였다.
영화와 현실은 그렇게 다르다
남자현은 1933년 우리 나이로 61세에 순국했다. 일제에 체포되어 혹독한 고문을 당한 끝에 스스로 생명이 다했음을 자각한 지사는 유복자 김성삼에게 "만일 너의 생전에 독립을 보지 못하거든 너의 자손에게 (내가 지금 하는 말과) 똑같은 유언을 하여 내가 남긴 돈을 독립 축하금으로 (독립된 우리나라 정부에) 바치도록 하라"는 유언을 남기고 세상을 떠났다. 그의 피묻은 손 안에는 중국돈 248원이 들어 있었다.
지사의 하나뿐인 아들 김성삼은 1946년 3월 1일 서울운동장에서 거행된 3‧1절 기념식 행사에 참석하여 어머니가 남긴 중국돈 248원을 김구와 이승만 앞에 내놓았다. 비록 현장을 지켜보지는 못했지만, 피묻은 그 돈을 받아든 이승만과 김구는 눈물을 멈추지 못했으리라. 어머니를 그리워하는 아들 또한 서울운동장에서 목놓아 통곡하였으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