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통합당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이 19일 오전 광주 북구 국립 5·18 민주묘지를 당 관계자들과 함께 참배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종인의 무릎'이 화제다. 19일 국립5.18민주묘지(신묘역)를 찾은 김종인 미래통합당 비상대책위원장이 국가보위비상대책위원회(아래 국보위) 경력, 당내 5.18 폄훼 등과 관련해 사죄의 메시지를 내며 무릎을 꿇었기 때문이다.
'5.18 망언'을 일삼고 이를 제대로 징계하지 않았던 당의 대표가 정치적 불모지라고 할 수 있는 광주를 찾아 이 같은 행보를 보인 점은 긍정적으로 평가할 만하다. 다만 그의 무릎에 과한 의미가 부여되는 건 경계하고 싶다.
언론의 대서특필로 인해 특별한 일처럼 보이지만, 사실 김 위원장은 4년 전 이미 같은 곳을 찾아 무릎을 꿇은 바 있다. 당시 김 위원장은 "광주에서 일어난 민주화정신이 6.10항쟁으로 이어졌고, 한국 정치의 민주화를 이뤘다고 생각한다"라며 "광주의 상황을 보니 (국보위에) 참여한 것과 관련해 제가 사죄의 말씀을 드려야 한다는 생각이 절로 든다"라고 말했다.
물론 그때와 지금의 차이는 있다. 김 위원장이 2016년 1월 국립5.18민주묘지를 찾았을 때, 그는 미래통합당이 아닌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장이었다.
형식과 본질
그런데 그 차이점은 한편으로 공통점이기도 하다. 그때의 더불어민주당과 지금의 더불어민주당은 광주에서의 입지가 달랐기 때문이다. 당시 더불어민주당은 광주에서 혹한의 시절을 보내고 있었다. 미래통합당만큼은 아니지만 당시 대안세력으로 평가되던 국민의당에 밀려 외면 받던 시절이었다(실제로 세 달 후 총선에서 더불어민주당은 '호남 완패'라는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그랬던 상황에서 자신의 국보위 이력이 걸림돌이 되자 김 위원장은 국립5.18민주묘지를 찾아 무릎을 꿇고 사죄의 메시지를 내놓았다. 그리고 4년 후에 같은 곳을 찾아 같은 메시지를 내놨다. 이 정치적 재방송을 어떻게 봐야할까.
언론은 보수 정당 대표로서 무릎을 꿇은 게 최초라며 호들갑을 떤다. 사실 무릎이란 형식만 달랐을 뿐, 미래통합당과 그 전신은 이미 여러 차례 5.18 앞에 고개를 숙인 바 있다. 이후 끊임없이 5.18 망언이 이어지는 등 변화가 없었던 게 문제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