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발간된 <월간 옥이네>
월간옥이네
<옥이네>는 사회적기업 '고래실(대표 이범석)'에서 발행하는 지역 농촌 문화잡지다. 고래실은 지역의 교육·문화 인프라 확대와 농촌재생을 위해 다른 지역 출신인 20, 30대 청년들이 모여 2017년 3월 창립했다.
옥천의 풍부한 유·무형의 자원을 발굴하고 활용해 문화공간 운영, 지역마을여행 기획, 출판·디자인 사업 등을 진행하지만, 고래실의 대표적 활동을 꼽으라면 역시 <옥이네> 발행이다. 옥천의 '비옥할 옥(沃)'자를 따 이름 지은 <옥이네>는 옥천의 역사와 지역을 일궈온 사람들의 이야기를 기록한다. 현재 박 편집장을 비롯해 3명의 기자와 2명의 디자이너가 잡지를 매달 만들고 있다.
점차 양질의 잡지로 입소문이 나면서 옥천 안은 물론이고 옥천 밖에서도 구독자가 유입된다고 한다. 독자 400여 명 중 80%가 옥천 주민이고 20%가 타지역 시민이다. 구독자 연령대는 재밌게도 40, 50대의 비율이 가장 높다.
지난 13일 만난 박누리 <옥이네> 편집장은 바로 이 점이 <옥이네>의 가치를 잘 보여주는 특징이자 다른 잡지와의 차별 지점이라고 꼽았다. 청년이 만드는 잡지라고 해서 '청년'의 이야기만 하지 않기 때문에 옥천의 다양한 주민들에게 외면받지 않을 수 있었다는 것이다.
"만드는 사람이 청년일 뿐이지 옥천의 이야기, 지역의 고민과 가치를 우선으로 담아요. 미담만이 아니라 지역사회에서 다 같이 생각했으면 하는 문제들도 부족하지만 지면을 통해 화두로 던져보고 있어요.
저희가 잡지에 담고자 하는 그런 지향을 독자분들께서 좋게 봐주시는 것 같아요. 옥천 출신이 아닌 젊은 사람들이 옥천에 와서 애쓰는 게 대견하다며 구독해 주시는 분들도 있어요. 만약 청년이라는 정체성에만 쏠렸다면 저희와 다른 연령대인 독자들의 공감을 얻기는 힘들지 않았을까 해요."
<옥이네>에는 정치인이나 연예인 같은 유명인이 거의 등장하지 않는다. 마을의 긴 역사를 온몸에 쌓아온 어르신, 귀촌한 청년, 공동체운동에 헌신하는 활동가, 농민의 살아가는 이야기에 잡지의 절반 이상을 할애한다. 8월호에는 지역 민요를 채록하는 노한나씨, 사비를 들여 옥천군 동이면의 면지(지역기록물)를 낸 황진상씨 등의 인터뷰가 담겼다.
지역의 크고 작은 문제와 고민거리도 매달 '특집' 섹션을 통해 비중 있게 다룬다. 박 편집장은 기억에 남는 특집 보도로 '기후위기', '길고양이', '대청호 수몰마을 기록', '지역 독립운동가 발굴', '옥천 보도연맹' 등을 꼽았다.
또 다른 차별성은 지역신문과는 다른 호흡이다. 30년 역사의 <옥천신문>이 주 단위로 지역의 사건·사고를 보도한다면, <옥이네>는 그보다 훨씬 길고 깊은 시선으로 문제의 본질을 건드린다.
"예전에 옥천군이 길고양이가 버려진 쓰레기봉투를 못 뜯게 하려고 에프킬라를 뿌렸다가 논란이 된 적이 있어요. <옥천신문>은 그런 사건을 비판적 시선으로 전하지만 주간지라는 특성상 그 사안에 좀더 들어갈 여유는 없는 편이에요.
반면에 <옥이네>는 실제로 지난 2월 '길고양이'라는 의제를 특집으로 다뤘어요. 동네 길고양이들을 사진 화보로 담으면서 길고양이를 돌보는 사람들을 여러 명 만나 인터뷰했죠. 이후에도 뭔가 활동을 도모했으면 좋겠다는 얘기가 나와서 취재하며 만났던 사람들을 중심으로 길고양이를 지키기 위한 모임이 꾸려지기도 했어요. 만약 제가 신문기자였다면 그런 활동에 적극 참여하긴 힘들었을 거예요. 그렇지만 <옥이네>는 지면 밖에서도 할 수 있는 게 있어요."
<옥이네>가 10년, 20년 지속되려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