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박 2일 동안 아이들은 물놀이장에서 실컷 놀았고 밭을 오가며 블루베리와 방울토마토를 따 먹었다."
송정순
<우리들의 펜션>
"친구들이랑 모여 놀고 싶을 때는 말해. 비워줄게. 펜션처럼 이용해. 우리는 여행가고."
은퇴 후 여주에 터를 잡으신 엄마는 늘 이렇게 말씀하셨다. 어제오늘, 집을 비워주고 아빠 엄마는 경북 문경의 친구 집으로 떠나셨다. 마당엔 작년에 사놓은 물놀이장을 설치하여 물을 받아놓고, 몇 가지 밑반찬을 마련해 놓으시고는.
1박 2일 동안 아이들은 물놀이장에서 실컷 놀았고 밭을 오가며 블루베리와 방울토마토를 따 먹었다. 벚나무 아래 걸린 해먹에 눕기도 하고, 개를 데리고 산책을 다녀오기도 했다. 뒷동산을 오르고, 닭장에 가서 닭울음 소리를 들으며 계란도 꺼내왔다.
엄마의 로망으로 만들어진 다락방을 오르내렸다. 그곳에서 많은 시간을 보냈다. 엄마들인 우리는 어린이집을 보내지 않은 대가로 줄곧 아이들을 지켜보며 중재하고 끼니를 챙기며, 수다를 떨고 글을 쓰며 고되고도 흥겨운 시간을 보냈다.
이전에도 내 집처럼 지인들을 초대하곤 했었다. 4년 전, 조금 일찍 퇴근할 수 있는 시험 기간에, 은퇴 후 전원생활을 궁금해하는 학년부 선생님들을 초대했다. 직장 동료인 누군가의 부모 집에 가다니, 모두 신기해하면서도 즐거워했다. 열 명 넘는 일행이 네 대의 차에 나누어 타고 와서 고기와 새우를 구워 먹으며 놀다 갔다. 아빠뻘의 부장님은 아빠의 좋은 술친구가 되기도 했던 날이다.
한 번은 결혼을 앞둔 친구와 예비 신랑을 초대했다. 중학교 때부터 절친했던 친구라 엄마와도 친숙했다. 그러니까 친구의 결혼 소식을 누구보다 반겼던 엄마의 초대이기도 했다. 예비 신랑은 예비 장인, 장모를 만나는 심정으로 살짝 긴장하기도 했지만, 같이 밥 먹고 집을 둘러보고 이야기를 나누는 동안 좀 더 가까워졌다. 결혼 이후에도 남편들을 동반해서 종종 만나는데 이때의 이야길 하곤 한다.
아이가 태어나고 걷고 뛰기 시작하면서 더없이 좋은 놀이터가 된 친정에서, 작년엔 같이 육아하는 남편 친구들의 식구까지 세 가족이 뭉쳤다. 뜨거운 여름, 물놀이장을 미리 사두고서 아빠한테 설치를 부탁했다. 엄마는 여행 중이었고, 아빠는 우리와 함께 아이들의 물놀이를 지켜보며 고기 굽고 술을 드셨다. 세 가족 모두에게 좋은 기억으로 남아 있어 올해도 물놀이 한 번 하기로 했다.
나의 지인들 뿐 아니라, 사촌 오빠네 가족도 종종 놀러 오고, 동생도 회사 동료의 가족들과 오기도 했다. 이번 주말은 동생의 남편, 제부의 친구들이 예약되어 있다. 물론 아빠와 엄마의 지인들도 가끔 다녀가신다. 머물다 간 사람들은 모두가 좋았다고 입을 모은다. 아빠, 엄마가 첫눈에 반해 덜컥 계약한 집이다.
오래 전, 내가 결혼하기도 전부터 엄마는 늘 (아직 세상에 존재하지도 않는) 손자, 손녀에게 '외가'를 만들어주고 싶다고 했다. 나와 여섯 살 터울인 동생은 누리지 못한 시골 생활을 일곱 살까지의 나는 온전히 누렸고, 그 시골의 감성이 내 평생을 좌우하고 있다고 믿는 엄마. 간절히 원하면 이루어진댔나. 5년 전, 아빠의 은퇴에 맞춰 엄마는 소원을 이루었다.
내 또래 대부분은 도시에서 나고 자랐고 결혼해서도 도시에서 살고 있기 때문에 시골은 귀하다. 나의 아빠 엄마 세대도 아파트에 사는 사람들이 훨씬 더 많다. 그렇기에 내가, 내 아이가 누리는 시골이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 안다. 그리고 내 아이 혼자보다, 여럿이 어울릴 때 이 시골이 훨씬 재미있다는 것도 잘 안다. 그래서 자꾸만 나의 지인들과 더불어 나의 친정, 시골을 공유하고 싶은 거다.
"엄마, 아빠, 오늘도 잘 놀다 왔어요. 고마워요! 또 놀러 갈게요!"
탐욕도 훨훨 성냄도 훨훨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