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사원 한 편에 자리한 문구
류승연
If it can be remedied, Why be upset about it?
If it can not be remedied, What is the use of being upset about it?
만약 해결할 수 있는 일이라면, 그에 대해 속상할 이유는 무엇이며
만약 해결하지 못할 일이라면, 그에 대해 속상해하는 게 무슨 소용이겠는가
본래 불교 경전에 적힌 문구 중 일부겠지만, 이상하게 나는 지금 티베트의 암울한 현재가 겹쳐 보였다. 1950년대 중국 공산당이 티베트를 강제 점령한 후 이후 70여 년 가까이 흐른 지금, 인도 다람살라에 티베트 망명정부를 세운 달라이 라마는 여전히 본토로 돌아가지 못하고 있으며, 하나의 중국이라는 원칙을 내세운 중국 공산당은 불교사원을 파괴하고 종교를 탄압하는 등 티베트의 민족성을 말살해왔다.
한국 또한 일제강점기를 겪었고 광복을 맞은 지 반세기가 훨씬 넘는 시간이 지났지만, 그에 따른 후유증과 잔재를 여전히 안고 있는 걸 보면 티베트는 얼마나 많은 시간이 흘러야 중국의 잔재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독립과는 점점 멀어져가는 불투명한 상황 속에서 티베트의 민족성이 제대로 유지될 수 있겠으며, 설령 독립한다 해도 이미 몇 세대에 걸쳐 중국인으로 살아온 이들의 정체성은 어떻게 될까.
과거 피지배 국가의 아픔을 간직한 한국인이다 보니 티베트의 역사는 확실히 타국의 것과는 다르게 와닿았고, 벽면에 적힌 문구는 마음을 무겁게 만들었다. 주권을 빼앗기고 세계 각지에 흩어져 민족성을 잃어가는 암울한 현실 앞에 가슴 아프고 분노하겠지만, 그저 분노만 한다고 하여 달라질 것은 없다는 것. 쓰리지만 이를 받아들이면서도 더 나은 미래를 도모하고 지금의 상황을 타개하겠다는 의지. 나의 해석은 이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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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을 마음에 품고 현실을 바라봅니다. 열아홉 살의 인도와 스무 살의 세계일주를 지나 여전히 표류 중에 있습니다. 대학 대신 여행을 택한 20대의 현실적인 여행 에세이 <우리는 수평선상에 놓인 수직일 뿐이다>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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