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배봉 올라가는 길포장도로 바로 옆인데도 울창한 숲을 이루고 있다.
신병철
단단히 준비를 하고 출발한다. 준비라는 게, 마실 물과 스틱이다. 70대 나그네는 스틱이 필수란다. 그것도 2개. 스틱이 있는 것과 없는 것은 하늘과 땅 차이란다. 큼직한 나무가 길 옆에 도열하고 있다. 그런데 보통나무가 아니다. 밤나무와 참나무 상수리나무들이다. 다른 오름에서는 보기 어려운 나무들이다.
또 올라간다. 비고가 111m이니 제법 힘이 든다. 그래도 오름이라 육지의 등산과는 비교할 바가 아니다. 힘이 들어 좀 쉬어 볼까 할 때 쯤 분화구 능선에 도달했다. 이정표가 좌우로 나 있다. 오름 순환로로 분화구를 한 바퀴 돌 수 있다. 야자 매트가 깔려 있어 다니기 여간 편안한 게 아니다.
우리는 오른쪽으로 돈다. 희미한 안내판이 나타난다. 마을 시제인 포제에 대한 글이다. 위미리 포제가 1, 2리로 나뉘어 지내다가 위리 2리는 1973년에 마을회의에서 폐지하기로 결정하였고, 그래서 지금은 위미 1리에서만 지내고 있단다.
안내판 글에 '과학적인 사고와 산업의 발달로 인한 천신 의식의 부재와 부락공동체 의식의 소멸로' 폐지했다는 표현이 안타깝기도 하고 재미있기도 하다. 포제에 대하여 안내하고 있는 오름은 처음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