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난리 소식을 듣고 외지에 나가있던 지인들이 휴가를 내고 달려와 폐기해야할 가재도구들을 쌓아놓고 있다.
오문수
고향 집 앞에는 수해를 입은 가재도구며 생활용품이 산더미처럼 쌓여있었다. 폐기 처분을 위해 내놓은 물품의 품목도 다양하다. 세탁기, 대형냉장고, 장판, 매트리스, 책, 장롱, 이불, 옷가지, 책상, 의자 등등.
곡성 주민들 "수자원 공사 원망해"
필자의 고향 집은 기차마을 바로 아래에 있는 곡성군 오곡면 오지리로 섬진강 변에서 약 1km쯤 떨어져 있어 홍수 걱정은 안 하고 살았다. 필자가 어린아이였던 때(약 55년 전쯤), 장대비가 억수같이 쏟아지던 어느 날 명산저수지가 터진다는 방송을 듣곤 높은 지대인 당산으로 피난을 간 적은 있었다. 그런데 이번엔 물이 동네를 덮쳤다. 더구나 허리까지 물이 찼다는 얘기를 듣고 기가 막혔다.
어릴 적 뛰어놀던 마을 곳곳을 돌아보다가 집안에서 폐기할 물건을 내다 버리던 고향 선배를 만나 인사하며 취재차 왔다고 했더니 선배가 목소리를 높였다.
"수자원 공사가 일기예보를 듣고 물을 미리 방류했더라면 이런 물난리가 없었을 텐데. 세금으로 월급 받아먹는 사람들이 도대체 뭐 하고 있는지 모르겠어. 섬진강댐에서 하루에 200톤만 방류하던 물을 일시에 1800톤을 방류했으니… 주암댐물이 압록에서 합류하자 역류해 동네가 침수됐네."
한국수자원공사 섬진강댐 방류단은 지난 7일 오후 호우경보가 발령되자 초당 400톤을 방류했다. 하지만 계속 수위가 오르자 8일에는 1869톤의 물을 방류했다. 평소 200톤 물을 방류하던 섬진강 유역에 9배의 물이 쏟아지자 감당할 수 없는 사태가 벌어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