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혜숙 작가코로나19 관련 청소년소설집 격리된 아이에서 마스크 한 장을 쓴 윤혜숙 작가
유병천
- 윤혜숙 작가님은 '앤솔로지(한 가지 주제로 여러 명의 작가가 모여 책을 내는 방식의 단편집)의 여왕'으로 제가 한번 소개한 적이 있죠(관련기사 보기). 다시 만나게 되어 반갑습니다. 이번 책은 어떻게 기획된 건가요?
"사실 우리가 처음 생각했던 건 코로나 팬데믹 같이 '근미래에 지구인들의 삶이 어떻게 달라질까'에 대한 SF앤솔로지였어요. 코로나와 관련된 앤솔로지의 필요성은 느끼고 있었지만 그때만 해도(3월 31일) 코로나가 사그라질 거라는 기대심이 있기도 했고 너무 늦지 않나 싶은 생각이 있었어요.
그런데 우리가 기획한 아이템으로 계약서를 쓰기로 한 날, 갑자기 우리학교 대표님이, 코로나 앤솔로지부터 하는 게 어떻겠냐? 하시는 거예요. 출판사에서 전폭적인 지원을 하겠다면서. 그래서 일사천리로 책 작업이 진행됐어요. 5월 중순까지 원고를 마감하기로 했을 정도로요. 테마가 바뀌는 바람에 세 작가들이 여러 차례 기획회의를 하고 공적 마스크, 동선조사, 자가격리 세 이야기로 나눠 쓰기로 했어요.
각자의 콘셉트에 관련된 자료와 정보를 공유하고, 서로를 독려했죠. 끊임없이 원고 수정을 하는 동안 출판사에서는 표지 콘셉트를 잡고 완성했어요. 정말 콩 볶듯 숨 가쁜 일정이었지만 코로나와 관련된 첫 소설이라는 것도, 시선을 확 끄는 표지도 다 좋았으니 나름 의미 있고 보람찬 작업이었어요. 책 나온 후 여러 곳으로부터 코로나 시대를 기억할 수 있게 해줘서 고맙다는 인사를 많이 받았어요."
- 마스크 한 장에 얽힌 사연을 매우 흥미진진하게 읽었습니다. 많이 가진 사람에겐 아무렇지도 않은 물건이 누군가에게는 정말 소중한 물건일 수 있다는 사실을 알려주는 것 같습니다. 이번 소설을 쓰게 된 계기가 있었나요?
"올 초부터 아침마다 알람처럼 날아오는 재난 문자로 하루를 시작하고, 질병본부에서 발표하는 확진자 숫자와 경로 이동을 보고서야 안심하고, 마스크가 없으면 불안하던 그런 시간을 보냈어요. 아무도 코로나 이전으로 돌아갈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어요. 어쩌면 코로나 백신과 치료제가 발견되어도 유사한 전염병은 계속 나타날 테고, 우리 아이들은 파란 하늘을 볼 수도 맑은 공기도 마실 수도 없고, 어쩌면 사시사철 방독 마스크를 쓰고 살아야 할지도 모르죠.
마스크 구매와 얽힌 이야기를 쓰자고 마음 먹었을 때 한 기사가 떠올랐어요. 대구에서 한 고등학생이 코로나가 아닌 원인 불명의 이유로 사망한 기사, 생각나시죠? 이야기의 결말을 코로나 확진인지 아닌지 아무도 확신할 수 없는 열린 결말로 한 것도 그 때문이에요. 석우의 이야기가 아이들에게 한 줌의 위안도 되지 않겠지만, 아이들이 코로나가 왜 발생했는지, 또 어떤 일을 해야 할지 한번쯤 생각하는 기회가 되었으면 좋겠다는 바람과 어른들 대신 죗값을 치르고 있는 아이들에게 사죄하는 마음으로 썼어요."
['거짓말' 김소연 작가] "코로나19가 가져온 다양한 사건과 사고 리서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