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4일 경주 감포읍 복지관에서 사용후핵연료의 임시저장시설(맥스터, 조밀건식저장시설) 추가 건설을 놓고 몸싸움이 벌어졌다. 이날 사용후핵연료 관리정책 재검토위원회는 맥스터 추가 건설에 대한 공론조사를 발표할 예정이었으나 맥스터 추가 건설에 반대하는 주민들에 가로막혀 보도자료를 배포하는 것으로 대체했다.
월성핵쓰레기장 반대 주민투표 울산운동본부
최근 <오마이뉴스>는 전현직 시민참여단을 통해 공론조사와 시민참여단 구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증언과 증거를 제보받았다. 먼저 익명을 요구한 경주 양북면 A씨는 공론조사에서 '대학생 알바(조사원)'가 자신을 대신해 공론조사 설문지를 대리 입력했다고 증언했다.
지난 7월 재검토위는 시민참여단의 숙의학습 과정을 진행했다. 숙의학습은 원자력발전에 대한 배경지식과 맥스터에 대한 이해도를 넓히기 위해 마련된 과정이다. 당초 재검토위는 숙의학습 과정을 오프라인으로 진행하려 했으나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서' 온라인으로 변경했다.
이에 능률협회 직원과 대학생 아르바이트생으로 구성된 조사원이 노트북 등을 들고 시민참여단의 가가호호를 방문해 온라인으로 숙의 학습을 하고, 2차 공론조사도 실시했다.
A씨는 "대학생 알바가 집에 와서 온라인으로 (숙의)학습하고, (2차) 공론조사도 했다. 그런데 대학생 알바가 (온라인 공론조사) 설문지를 읽어주고, 직접 답변지를 작성까지 했다"라며 "문항도 대충 읽고 답변지도 어떻게 작성하는지 알 수 없어 '이건 아니다' 싶어서 (노트북을) 뺏어내 내가 직접 했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맥스터 건설 여부의 찬반 여부를 묻는 문항은 (질문) 9번뿐이었는데, 보충 설명이 너무 편파적이어서 대학생 알바에게 '왜 지진 나면 (맥스터가) 위험할 수 있는데, 그런 부분은 없냐'라고 따졌다. 그랬더니 대답을 못하고 있다가 그래도 필요한 거 아니냐고 하더라"라며 "맥스터가 추가로 필요하다는 것은 나도 동감하지만 조사를 엉터리로 하고, 위험성을 이야기하는 전문가도 없어 공정한 여론 수렴과정은 아니라고 판단했다"라고 지적했다.
설문지 대리 입력이 위법이란 평가도 있다. 김씨의 증언대로 대학생 아르바이생(조사원)이 조사자를 대신해 온라인 공론조사 설문지를 작성하고, 시민참여단 옆에서 조사를 거들고 지켜봤다면 통계법에 어긋난다는 것이다.
홍형식 한길리서치 소장은 "조사의 기본 원칙은 투표와 다르지 않다, 조사자의 익명성과 비밀 투표가 보장되어야 한다"라며 "(설문지를) 대리 입력 하고 설문에 답하는 걸 지켜봤다면, 통계법에 적시된 비밀 보호 규정에 어긋난다고 볼 수 있다"라고 했다. 통계법 제33조(비밀의 보호) 1항에 따르면, 통계의 작성과정에서 알려진 사항으로서 개인이나 법인 또는 단체 등의 비밀에 속하는 사항은 보호되어야 한다.
"시민참여단에 한수원 자회사 직원 포함, 공론조사 원칙도 안 지켜"
이뿐만이 아니다. 시민참여단에 한수원 자회사 직원이 포함됐다는 증언과 증거 자료도 나왔다. 경주 감포읍 노동리 김태열 이장은 "시민참여단에 한수원 자회사 직원이 포함돼 있다"라며, 사진을 제시했다.
김 이장은 지난 6월 자신이 "시민참여단 자격으로 1차 사전워크샵 때 참석해 찍은 사진"이라며 "사진 속 4명 중 2명이 한수원 자회사인 퍼스트키퍼스(주)와 시큐텍에서 근무하고, 1명은 한수원의 납품업체 대표"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