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2년 6월부터 7월까지 총 16부작으로 방영된 MBC 드라마 ‘질투’. 강준만 교수는 '질투'를 한류의 기원으로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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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를 기회로 만들 수밖에 없었던 '대중문화 공화국'
90년대 후반 한류가 본격화 하자 미디어에서 환호했다. 반면 학계에서는 예견하지 못했던 이 현상을 설명하기 곤란해서인지 비판적인 시각이 주조였다. 한류를 두고 '우연히 얻어 걸린' 혹은 '설계되지 않은 성공'이라는 일부의 평가도 나왔다.
그러나 강 교수는 '한국인의 열정과 위험 감수성'이 한류의 동인이 되었고, 그 저변에는 압축 성장, 생존 경쟁에서 오는 한국 특유의 '소용돌이 문화'가 있었다는 부인할 수 없는 진실을 직시한다. 고단한 일상은 대중문화의 위무를 요구했고, 강한 성취 욕구로 인한 치열한 경쟁은 결과적으로 대중문화의 수준을 높였다는 것이다.
그는 또 위성방송 안테나, '오빠 신드롬', 세계화와 영어 열풍, '드라마 망국론', IMF 환란, 일본 대중문화 개방, 지상파 방송의 수직 통합구조, 장기 계약과 같은 매니지먼트 시스템 등 일견 부정적으로 보이는 현상들이 알고 보니 한류의 성공 요인이었음을 얘기한다. 그야말로 기승전한류다.
일견 결과가 좋으면 다 좋다는 얘기로도 들린다. 그보다는 위기를 기회로 만들 수밖에 없었던 '대중문화 공화국' 대한민국의 서바이벌 역량을 역설적으로 지적한 것이다. 그야말로 세계 인구의 0.7%에 불과한 한국인이 만든 '0.7%의 반란'이다.
<한류의 역사>에는 '문화결정론' vs. '경제결정론', '문화제국주의' vs. '문화의 혼종화' 이론, '한류 산업론' vs. '한류 문화론' 등 한류를 둘러싼 담론들이 총망라되고 있어 '한류의 역사'인 동시에 '한류론의 역사'를 보여준다.
나아가 한류 현상과 역사를 통해 '지금 이곳'의 한국을 들여다 보는 '한국의 사회문화사'이기도 하다. 그는 한류에 대해 비판적인 자세를 견지하면서 한류를 자랑스럽게 생각하는 '모순'을 숨기지 않는다.
또한 그는 연구자로서 한류를 예견하지 못했다고 토로한다.
"사실 찔리는 건 있죠. 한류를 예견할 자신도, 능력도 안 된 거죠. 왜 못 내다봤나 하고 생각하죠."(경향신문 2020.8.9.)
그런데 그 시절에 누군들 한류를 예견할 수 있었겠는가. <한류의 역사>는 한국의 대중문화에 대한 강준만 교수의 고백록이자 연서(戀書)다. 그가 아니면 누구도 이렇게 치열한 연서를 쓸 수는 없을 것이다.
한류의 역사 - 김 시스터즈에서 BTS까지
강준만 (지은이),
인물과사상사,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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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류의 기원은 '질투'... 강준만의 치열한 '한류추적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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