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진고사학비리 손글씨명진고 학생들이 인스타그램에서 진행한 손글씨 릴레이 캠페인
김동규
2020년 5월 8일, 광주 명진고 학생들이 인스타그램에 해시태그 '#명진고사학비리', '#잘못된_것을_바로잡는_것' 등을 태그하며, 직접 작성한 손글씨를 업로드하는 '손글씨 릴레이'를 시작했다. 이는 금세 100명에 가까운 학생들의 참여로 이어졌다. 5월 11일에는 트위터를 통한 '실트총공'이 있었다. '실트총공'이란 같은 '해시태그'를 여러 트위터 계정에 업로드함으로써 관련 사안을 이슈화하는 SNS 공동행동을 뜻한다. '명진고 교사 부당해임' 소식을 접한 시민사회도 움직이기 시작했다. 학벌없는 사회를 위한 시민모임과 정의당예비당원협의체 '허들'은 성명을 발표했고, 광주교사노동조합은 A 교사 해임 징계 취소를 요청하는 소청을 제기했다.
내가 명진고 사학비리에 연대한 이유
5월 13일 평소 알고 지내던 명진고 재학생에게서 연락이 왔다. 학교 앞에 이번 일에 대한 현수막을 게시하고 싶다는 내용이었다. 다음날 필자는 명진고 정문 앞에 "학교 소속 교사 A에 대한 부당한 해임 처분을 철회하라"라는 내용이 담긴 현수막을 게시했다. 이날 오후 학생들은 'SNS 공동행동', '현수막 게시' 등을 알리는 사진과 함께 광주 명진고 사학비리를 고발하는 내용의 입장문을 발표했다.
그러나 여러 사회 주체들의 저항에 봉착한 학교법인 도연학원은 해서는 안 될 행동을 취했다. 도연학원 측은 변호사를 선임하여 해임된 A교사, 시민단체 대표(학벌없는 사회를 위한 시민모임 윤영백), 노동조합 위원장(광주교사노동조합 박삼원), 일반 시민(김동규), 언론사 기자(뉴스1 기자), 명진고 학생(재학생 3명, 졸업생 1명), 타교 재학생(정의당예비당원협의체 허들 1명) 등 10명을 명예훼손 혐의로 경찰에 고소했다. 떳떳하지 못한 세력이 문제 제기의 목소리를 막기 위해 '명예훼손죄'가 기재된 고소장을 남발하는 건 흔한 일이다. 그러나 고등학교가 본교 재학생을 학교재단 비판을 이유로 경찰에 고소하는 건 극히 예외적인 일이다.
6월 17일 광주교사노동조합이 광주시교육청 브리핑룸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들은 교육청에 명진고등학교에 대한 특별감사와 특별 장학을 요구했으며, 도연학원이 명진고 운영 과정에서 드러낸 여러 문제점들을 하나하나 지적하고 비판했다. 같은 날, 명진고 측이 학생들을 고소했다는 소식을 접한 광주시교육청 사학정책팀이 학교를 전격 방문하여 학생들의 의견을 청취했다. 교육청 측은 도연학원에 학생들에 대한 고소를 취하할 것을 요구했다. 도연학원 측은 학생들을 고소했다는 사실이 밝혀진 이후 여론이 악화된 점, 교육청 측이 고소 취하를 요구한 점 등을 고려하여 명진고 재학생 2명, 졸업생 1명, 타교 재학생 1명 등 4명에 대한 고소를 취하했다.
그러나 도연학원 측은 현수막 게시 직후 보도자료를 배포한 성명 불상 명진고 학생에 대한 고소는 취하하지 않았다. 학교 측은 "보도자료를 정말 학생이 배포한 게 맞다면 고소를 취하하겠다"며 우선 학생의 신상과 행위를 확인하겠다고 고집했다. 현수막을 게시했다는 이유로 고소당한 필자는 7월 14일 광주 광산경찰서에 출석하여 교사 A 해임을 '부당한 일'로 인지한 사유에 대해 지금까지 주장해온 대로 진술했다. 보도자료를 배포한 학생이 누구냐는 경찰관의 질문에서는 진술거부권을 행사했다. 8월 4일 광주지방검찰청이 필자에 대한 명예훼손 피의사건을 무혐의로 종결했다.
한편, 학교재단이 학생들을 고소했다는 소식을 접한 학생들은 학교 측에 대한 대대적인 반격을 시작했다.
(* 다음 편에서 계속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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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의 한 사립고, 학생을 '명예훼손'으로 고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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