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김지은입니다> 겉표지
봄알람
안희정 전 도지사의 비서로 일했던 김지은씨는 자신의 저서 <김지은입니다>에서 비서 업무를 하며 겪었던 일들을 아주 상세히 기술해놓았다. 최초의 여성 수행비서로 뽑혔을 때부터 시작됐던 시선과 언어의 성희롱, 상시로 당했던 외모에 대한 지적들, 업무의 인계랍시고 요구되는 비상식적인 '챙김의 업무'까지 모두 강한 젠더 수행성을 요구하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이는 故 박원순 시장의 비서로 일했던 피해자의 이야기와도 교집합이 많다. "여기 비서는 얼굴로 뽑나 봐"라는 성희롱 발언, '여성 비서가 해야 덜 기분 나빠한다. 더 좋아한다'라면서 시장의 혈압을 재고, 속옷 수발을 '업무'로서 담당한 것 등 약간의 디테일이 다를 뿐 그 맥락은 완전히 같다.
마치 왕을 모시듯 하는 그것이 비서 직무를 맡은 여성 노동자가 응당 해야 할 노동일까? 상사와 동료의 눈치를 알아서 살피는 것, 어떠한 노동을 하느냐와 관계없이 정형화된 아름다운 모습을 유지하는 것, 엄마나 애인 혹은 부인처럼 살갑게 기분을 맞추고 일거수일투족 사적인 부분까지 살뜰히 챙기는 것 등을 마치 정상적인 업무인 양 편성해 놓는 것부터가 문제이다. 오랜 인류의 역사 속에서 젠더화된 여성성을 수행케 하는 남성 가부장 중심의 조직문화의 부당함이 만들어낸 또 하나의 갑질이다.
'꽃'이 아니라 동료 노동자로 여성 대하는 법 배워라
조직 안에서 여성노동자를 대하는 태도는 폭력과 차별적 대우와 결국 연결되곤 한다. 함께 업무를 분담하고 조직을 이끌어 갈 동료가 아니라 남성 조직의 구색 맞추기 식으로 여성을 채용하고자 할 때, 외모나 어린 나이와 같이 차별적 기준을 적용한 채용 면접을 진행한다든지 언제든 갈아치울 수 있게 여성에게만 불안정한 고용 형태를 적용하는 일이 발생한다.
동료가 아니라 성애의 대상으로 보는 시선이 직장 내 성폭력을 초래하고 사후에도 피해노동자를 탓하는 2차 가해로 연결된다. 어린 시절 가족 안에서 엄마가 해주던 역할을 일터에서 여성 동료가 당연히 도맡아 해야 한다고 기대하는 태도가 공적 업무에 벗어난 부당한 일을 부가하는 갑질로 나타나기도 한다.
잇단 위력 성폭력 사건이 폭로되자 "여성을 비서로 뽑지 말아야 한다"면서 여성을 일터에서 배제하는 또 다른 성차별을 대안이라며 말하는 자들이 있다.
최근의 직장 내 성폭력, 위력 성폭력 사건에서 여성은 피해자였지 가해자가 아니다. 피해자들의 존재를 숨기고 지우려 하는 방지책이라니 말문이 막힌다. 가부장적 남성 중심 조직 문화에 익숙한 이들에게 필요한 것은 성별 가림막이 아니라 여성 동료 노동자와 평등하게 일하기 위한 전향적 태도이다.
반성과 성찰을 통해 스스로 차별의 울타리, 폭력의 습성이 없는지 점검해야 한다. "나 정도면 괜찮다"라고 느낀다면 주변 여성 동료에게 묻고 그의 말을 깊이 경청하며 다시 점검해보라. 여성인 노동자를 차별하거나 그에게 폭력을 가하지 않고 일할 수 있는 성평등한 조직문화를 '함께' 만들어나가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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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크리스트] 당신 회사는 직장 내 성폭력으로부터 안전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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