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하고 있다는 인정과 지지가 그 사람을 앞으로 가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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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도 예외는 아니었다. 자신감이 생긴다. 그러면 정말 객관적인 평을 해줄 수 있는 주변이들에게 글을 보여준다. 보통 안 좋은 피드백은 살짝 돌려서 하기 마련인데 정말 오랜만에 솔직한 피드
백을 받았다. 조금 지루하고 에피소드 소재들도 밋밋하다는 지인 A의 답변이었다. '솔직한 게 좋은 것 같아서' 본 느낌 그대로 이야기 한다고도 했다.
솔직한 평을 바랐건만 날 것이 오니 당황스러웠다. 평소에 작품에 대한 비판을 자신에 대한 비판으로 오해하고 날을 세우는 사람들이 싫었는데 내가 딱 그 모습이다. 한 작품에 대한 비판을 확대 해석해 '난 글쓰기에 재능이 없나 봐'라는 생각까지 든다. 다른 사람들의 좋은 평들도 있었지만, 직설적인 비판(?) 한 개의 힘이 더 컸다.
며칠 뒤, 작가 선생님께서 내 작품을 보고 합평해 주시는 날이 되었다. 가기 싫다. 하지만 과제를 내고 합평 받는 날 빠질 수는 없다. 책임감 때문에 억지로 가서 앉아있는데 선생님이 생각지도 못한 칭찬을 해주셨다. 기본적으로 안정적인 문장이고 작가로서의 가능성이 엿보인다고. 어머나! 기분이 좋아 어깨가 으쓱거린다.
선생님의 합평은 내 글을 다듬을 힘을 주었다. 그 힘으로 부족한 글을 다시 쪼개고 붙이고 다듬어 더 나은 글을 만든다. 머리카락이 새하얘질 정도로 에너지가 드는 일이다. 한동안은 예전에 들었던 '이야기꾼 기질이 있다'는 말이 날 버티게 해주었다. '이젠 감을 잃었나 보다' 했는데 다시 그런 말을 들으니 힘이 난다.
며칠 전, 한 예능 프로그램에 개그우먼 장도연이 나왔다. 긴 무명시절을 "너는 무조건 될 거야"란 신동엽의 말로 버텼다고 했다. 잘하고 있다는 인정과 지지가 그 사람을 앞으로 가게 한다. 책에서 만난 위로의 문장이나 다른 사람의 격려가 다시 날 일으켜 걷게 한다. 때로는 뛰게도 한다.
프랑스 작가 콜레트는 누군가를 제대로 격려해주는 일이 때로는 한 사람의 인생을 바꾸고 더 나은 곳으로 만든다는 사실을 경험했다고 말했다. 제대로 격려하는 일은 세심한 관찰과 애정이 필요하다. 그냥 툭, 던질 수 있는 말이 아니다. 나도 그런 격려자가 되고 싶다. 그 사람을 일으키고 나아가게 하는 세심한 격려를 하는 사람.
적절한 지적이 필요할 때는 최대한 뾰족한 말을 잘 다듬어 오해하지 않게 전달하는 지혜도 있으면 좋겠다. 많은 경우, 상처받는 것은 사실(fact)때문이 아니라 말의 표현이나 뉘앙스 때문이다. 나 역시 그랬다. 이렇게 생각하니 신기하게 힘들었던 마음이 조금씩 녹는다. 아무것도 하지 않았는데 벌써 좋은 사람이 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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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 책을 만드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아이들이 살아 갈 세상이 지금보다 조금 나아지기를 바라며 내 생각과 행동이 일치하는 삶을 살기 위해 노력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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