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 서울 여의도에서 617규제소급적용 피해자모임, 임대사업자협회 추인위원회 등 부동산 관련단체 회원들이 정부의 부동산 규제에 반대하는 집회를 열고 임대차 3법 반대 구호를 외쳤다. 이들은 더불어민주당사 앞에서 가두 행진을 벌였다.
조혜지
일부 임대사업자들의 피해자 코스프레가 더욱 웃기는 이유는 임대사업자 중 실제로 피해를 본 사람은 하나도 없다는 데 있습니다.
여러분이 잘 아시듯 7·10 조치의 의미는 앞으로 그들에게 부당한 세금혜택을 주지 않겠다는 것입니다. 다른 사람보다 더욱 무거운 세금을 물리겠다는 게 절대로 아니고, 다른 사람과 똑같이 세금을 부과하겠다는 건데, 그게 무슨 피해입니까?
만약 임대사업자들이 그동안 누려왔던 세금혜택을 모두 환수한다면 그들이 피해자라고 말할 수 있을지 모릅니다. 그러나 그게 아니지 않습니까? 그동안 누려왔던 세금혜택은 한 푼도 건드리지 않고, 그들의 수중에 그대로 남게 했습니다.
뿐만 아니라 지금 당장 세금혜택을 거둬간다는 게 아니고 정부와 계약기간을 4년 혹은 8년을 보장해 주는 겁니다. 집 없는 서민의 입장에서 보면 아직도 임대사업자에게 엄청난 세금혜택이 제공되고 있는 것처럼 보일 게 뻔합니다. 그런데 피해자 코스프레가 말이나 되는 소리입니까?
무엇보다 중요한 사실은 임대사업자들이 정부가 유도하는 방향으로 움직인다면 무거운 세금부담을 떠안을 필요가 전혀 없다는 점입니다. 여러분이 잘 아시듯, 7·10 조치의 의미는 다주택자로 하여금 살지 않는 집을 팔도록 유도하는 데 있었습니다. 현재 상황으로 '7천만 원'의 종부세를 내야 하는 임대사업자라 할지라도 자기가 살 집만 남기고 모두 처분하면 당연히 종부세는 다시 '1백만 원'으로 줄어들 것입니다.
그렇다면 임대사업자들이 정부에 등이 떠밀려 주택을 처분함으로써 손해를 보게 된다고 생각하십니까? 삼척동자도 그게 아니라는 사실을 잘 알 겁니다. 그동안 엄청나게 뛴 집값 덕분에 막대한 차익을 실현할 수 있을 것이며, 그것도 아주 적은 양도소득세만 내면 실현 가능한 상황입니다. 그동안 임대사업자로서 누린 엄청난 세금혜택까지 더해진다면 오늘 당장 그 제도가 폐지된다 해도 그들은 절대로 피해자가 될 수 없습니다.
그들의 피해자 코스프레를 감싸고 도는 보수야당과 보수언론의 동기는 자명한 것처럼 보입니다. 현 정부가 하는 일이면 무조건 딴죽을 걸어 그들을 곤혹스럽게 만드는 게 그들의 목적 아닐까요? 그들이 임대사업자 등록제가 어떤 장점을 갖기 때문에 계속 유지되어야 한다는 정정당당한 논리를 편 것을 본 적이 거의 없습니다.오직 들고 있는 근거가 '정책의 일관성' 단 하나뿐입니다.
그렇다면 보수야당과 보수언론이 정책의 일관성을 무슨 신성한 원칙이라도 되는 듯 숭배하는 사람들일까요? 제 눈에는 절대로 그렇게 보이지 않습니다. 정책 일관성을 그렇게 중시하는 사람들이라면 예컨대 소득주도성장 정책이나 52시간 근무제에도 똑같은 잣대를 적용해야 하는 것 아닌가요? '내로남불'도 이런 '내로남불'이 없다고 생각합니다.
하지 않는 것보다 늦게라도 하는 게 더 낫다
어떤 언론에서 현 정부의 뒤늦은 임대사업자 등록제 폐지 수순을 가리켜 '소 잃고 외양간 고치기'라는 표현을 썼더군요. 나 역시 뒤늦은 조치에 대해 아쉬움이 무척 큽니다. 전 정권이 남긴 적폐 중의 적폐라고 할 수 있는 이 제도를 집권 즉시 폐기해 버리는 용단을 내렸다면, 오늘의 비극을 막을 수 있었다고 믿기 때문입니다.
영어 표현에 "Better late than never"라는 게 있습니다. 하지 않는 것보다는 늦게라도 하는 게 더 낫다는 표현입니다. 우리가 살면서 이 말이 너무나도 적절하게 사용될 수 있는 상황을 자주 경험하지 않습니까? 나는 7·10 조치에 대해서도 이 말이 잘 들어맞을 수 있다고 믿습니다.
이미 소를 많이 잃기는 했지만, 남은 소라도 지키려면 뒤늦게나마 외양간을 고치는 게 마땅한 일입니다. 정책 일관성이라는 알량한 구호만 부르짖다가 외양간이 텅텅 비는 일이 벌어지면 그때는 누구에게 그 책임을 물어야 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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