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화한 매미와 탈피한 뒤에 남은 매미껍질인 선태
이안수
매미의 울음소리가 들리면 함께 생각나는 것이 부채입니다. 어릴 적 여름날 정자나무 아래에 모인 어른들의 손에는 모두 부채가 들려있었습니다. 이제 부채로 더위를 내치는 흔했던 풍경을 보기는 어려워졌습니다. 그렇다고 부채의 쓸모가 사라진 것은 아닙니다. 서화가들의 화폭이 되어 고양된 멋으로 승화되었습니다.
서화가들의 창작 욕구에 따라 부채의 조형성이 더욱 다양하게 발현되고 있습니다. 부채에 글씨를 쓴 것은 서선(書扇), 그림을 그린 것을 화선(畵扇)이라고 했습니다.
외국으로 나갈 때면 선선이나 화선의 합죽선 몇 개를 꼭 여행 가방에 챙깁니다. 현지에서 은혜를 입은 사람에게 선물하기 위해서지요. 옛날에도 서양으로 간 교역품 중에 서양 사람들은 비단과 진주, 그리고 이 부채를 매우 귀하게 여겼다고 합니다. 특히 15세기 무역상들을 통해 유럽으로 간 부채들은 왕실에 보급되고 귀부인들의 사치품이 되었습니다.
민화 부채展이 열렸습니다. 한국전업작가회는 2015년부터 '한국민화조망전'을 열어왔습니다. 올해 네 번째를 맞는 이 전시의 주제를 '민화 부채展'로 했습니다. 200여 명의 민화작가들이 400여 점의 민화부채를 출품해 한 전시장에서 다양한 민화의 조형과 예술성을 감상할 수 있었습니다.